오모크 갤러리, 조선희 사진전
오모크 갤러리, 조선희 사진전
  • 황인옥
  • 승인 2021.12.06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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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사진만 25년…“첫 개인전 통해 예술사진작가 도약”
유년기 결핍이 만든 사진 향한 열정
김중만 제자되면서 전업작가 첫발
최종적으로 하고픈 이야기는 ‘죽음’
“좋은 결과 위해 내 콘셉트 적극 관철”
무리한 요구 탓 모델과 수시로 갈등
꾸준한 소통으로 스타사진가 반열에
“고향에 대한 향수로 성사된 전시”
인물·자연 풍경 등 50여점 선봬
“나만의 시선 담긴 풍경 찍을 것”
강수진
발레리나 강수진의 뒷모습을 촬영한 조선희의 사진 작품.
 
조선희
조선희

화법은 정곡을 찔렀고, 표정과 감정상태는 정확히 일치했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직 담백함’은 스타 포토그래퍼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했다. 유명세에 오래 노출된 사진작가에게 있을 법한 가식이나 교만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담백한 성정과 달리 한 단어로 명쾌하게 분석하기 어려웠다. 가볍게 소비되는 상업 사진에 ‘죽음’이라는 간단치 않은 주제를 접목한 까닭이다.

‘죽음’을 콘셉트로 하는 자신의 사진 세계를 그가 ‘축축함과 눅눅함’으로 정리했다. 스타를 피사체로 반짝거리는 광고 사진을 찍지만 그 속에 담겨지는 작가정신은 철학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어 광고사진 특유의 분위기와는 결이 다르다는 의미였다.

상업 사진이 ‘죽음’이라는 콘셉트와 접목했을 때 결과는 모 아니면 도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지함이거나, 길을 잃고 부유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의 사진은 전자였다. 이질적인 두 개의 주제를 접목하지만 서로의 콘셉트를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너지로 연결지으며 깊이감을 확보했다. 이는 조선희 사진의 차별화 지점이다.

포토그래퍼 조선희의 첫 번째 개인전이 오모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예인 인물 사진과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 사진 50여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상업사진과 예술사진 두 분야를 비교하며 조선희의 다채로운 예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단체전에 더러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고향인 경북 왜관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개인전 요청이 왔다. 고향에 대한 향수에 끌려 성사된 전시이자 예술사진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표명된 전시이기도 하다.”

◇ 자신만의 콘셉트로 스타 작가로 성장

스타 연예인은 물론이고 유수의 잡지와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30여년간 쉼 없이 달려온 조선희. 그는 사실 사진 비전공자다. 과학자를 꿈꾸었지만 성적에 맞춰 연세대 의생활과에 진학했다. 전공에 대한 애착 없이 방황하던 그를 잡아준 것이 사진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사진을 본격화 한 것은 대학 사진 동아리에서다. “평생 사진을 찍을 것”이라고 결심한 것 또한 대학 1학년 때였다.

“어느 날 선로에서 열차를 수리하는 아저씨를 찍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는데 ‘철컥’하는 둔탁한 소리가 새삼 크게 들렸다. 그때 ‘평생 이 소리를 들으며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사진으로 이끌었던 내적 동력은 어린시절 경험한 결핍이었다.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할머니 밑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부모의 사랑에 목이 마른 유년기를 보냈다. 어린시절의 결핍을 채워 준 것은 사진이었다. 그의 사진에 세상이 관심을 보이자 허허롭던 가슴이 따스함으로 녹아내렸다. “사람들이 나의 사진에 보내주는 관심이 나를 계속해서 사진을 찍도록 이끌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무슨 일을 하며 살까?”라는 질문에 봉착했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가 올라왔다. 당시 “최소한의 생활비만 보장되면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하는 나름의 계산을 당시에 했던 것 같다. 주저없이 생활비를 절약한 돈으로 사진 관련 재료를 샀다. 선배의 소개로 김중만 작가 밑으로 들어간 것도 그 즈음이었다. 김중만에게 제출한 생애 첫 포트폴리오는 지금까지도 그의 사진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그것은 ‘파격’이었다. 텐트에서의 노숙생활까지 감행하며 무용수의 누드 사진을 찍었다.

“김중만 선생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제 포트폴리오가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프로 사진작가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프로 작가로 데뷔 한 이후 이정재, 정우성, 장동건, 송혜교, 이효리, 유아인, 신민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작업하며 소위 잘나가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잡지와 광고계의 러브콜도 끝임없이 이어졌다. 의뢰인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호불호는 갈렸다. 의상이나 헤어, 메이크업 등 피사체의 전반을 자신의 콘셉트에 맞추고자 한 것이 문제였다. 대개 그의 콘셉트는 파격적이었다. 연예인으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로 인해 갈등은 피할 수 없었지만 그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켰다.

“요즘은 빨리 예쁘게만 찍는 사진을 선호하지만 나는 광고 사진이지만 작가정신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사진으로 표현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잘 나가는 포토그래퍼로 살았다. 조선희만이 가지는 독특한 사진세계를 구축한 결과였다. 그는 ‘사진은 은유’라는 명제에 충실한 작가로 살고자 했다. 긴 시간 사진에 죽음을 은유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죽음이 강렬하게 각인된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사진예술로 승화하고 있다. “승화되고 왜곡된 죽음에 대한 기억이 나의 경험통로를 통해 직관으로 환원되어 내 카메라 너머의 피사체들에게 가 닿았다.”

그에게 예술활동은 직관의 정신활동이다. 직관을 통해 명료해진 이미지가 사진으로 표출된다. 사진예술에 대한 그의 철학은 인물사진에 여과없이 투영됐다. 신민아에게 여배우에게 무리일 수 있는 유사 수영복을 입히거나 장동건에게 잘 생긴 얼굴을 숙이게 하는 등은 직관에 의한 콘셉트들이었다. 물론 그렇게 촬영한 사진들은 모두 큰 호평을 받았다. 자타공인 미남미녀 배우들을 뻔한 스토리로 접근하는 대신 예상을 깨는 콘셉트로 접근한 결과였다. 그 기저에 ‘죽음’에 대한 사유가 도사리고 있었다.

25년이라는 긴 시간, 롱런 한 비결은 탄탄한 인간관계였다. 그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토록 관계를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첫 피사체였던 이정재나 정우성은 지금까지도 친구처럼 막역하게 지낸다.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오랜 관계로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특유의 작가정신에 있다. 그는 비록 상업사진일지언정 깊이있는 사유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유와의 접목은 결국 좋은 사진으로 연결되었고, 좋은 사진은 끈끈한 관계의 버팀목이 됐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작가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셔터를 누르는 시간보다 소통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다. 피사체의 내면까지 파악했을 때와 표피적으로 접근했을 때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소통에 할애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담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물론 유별난 소신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지금도 그런 소신에 변화는 없다.

“몇 년 전에 찍었던 인물을 다시 찍으라고 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나와 상대방의 눈빛과 진심이 그때와 달라져서다. 사진 찍은 순간만큼은 사진에 서로의 감정을 오롯이 녹여내기 때문이다. 지금 젊은 세대는 시각적으로 좋은 사진을 찍으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안 하고 싶다.”

◇ 누군가의 길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라.

최근에는 예술사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5년간 상업사진에 몰두하며 행복했지만 이제는 처음 카메라를 들었던 순간에 가졌던 “나 만의 작업”을 시작해도 될 여유가 생겼다. 작업은 여행지의 풍경이나 생활 속 오브제를 작업실로 가져와 직관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아직은 발표를 미루고 있지만 나를 위한 사진 작업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사진 작업과 함께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일주일에 하루 경일대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가르침은 “제2의 누군가가 되기보다 자신 만의 사진세계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런 세계를 찾기 위해 “피사체에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그가 그랬듯, 제자들 역시 자신만의 콘셉트가 확고한 예술세계를 지향하라는 것이었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견디며 피사체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조선희 작가의 ‘the Portrai’전은 30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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