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라고 자인한 공수처, 왜 필요한가
‘아마추어’라고 자인한 공수처, 왜 필요한가
  • 승인 2021.12.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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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1년도 되기 전에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 손준성 검사 구속 영장을 2번이나 신청했다가 기각되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은 절차를 무시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공수처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자 공수처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세금이 아깝다는 것이다.

공수처의 전적은 연전연패다. 고발사주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대상으로 두 번의 구속영장과 한 번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모두 법원에서 기각돼 ‘3전 전패’를 당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은 공수처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검사가 3연속 영장 기각을 당했다면 옷 벗으라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니 공수처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까지 나온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서 고발장을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여겼는데 1차 영장이 기각되자 바로 2차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수사에 진전이 없는 데다 굳이 손 검사를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부실 수사라는 얘기다. 김웅 의원실은 지난 9월에 2번 압수수색을 시도했는데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다. 불법 압수수색이라는 지적이다. 인턴과정의 검사들이 벌이는 쇼 같이 보인다. 이게 치열한 반발을 무릎쓰고 발족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실상이다.

더구나 지난 2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는 공수처 차장이 “10년 이상 특별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공수처 스스로 아마추어임을 자인했다 하니 이런 비극이 없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공수처는 고소·이첩 등 2천643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출범 11개월 동안 공수처의 기소와 구속영장 발부는 모두 ‘0건’이다. 이런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

공수처는 지난 1월 고위공직자 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단 한 명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고 단 한 건의 공소도 제기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조차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 없으면 수사를 중단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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