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관권선거 꿈틀, ‘선거중립내각’ 절실
벌써 관권선거 꿈틀, ‘선거중립내각’ 절실
  • 승인 2021.12.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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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20대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국민의 정권교체지수가 50%를 훨씬 웃돈다. 정부·여당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난리를 칠만하다. 게다가 정권 말기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대형 경유차의 필수품인 ‘요소수’사태가 발생했다. 요소수를 구하려고 장사진을 이룬 줄서기를 보면서 ‘세계 10대 무역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 공급 부족 때도 국민들은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섰다. 50년 전 가난한 서민들은 마을 중앙에 있는 공동 상수돗물을 길러 먹었다. 그때는 공급량이 적어 양동이를 들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국민소득 1000불 미만의 시대에서 30,000불 시대로 접어들었건만 정부의 무능으로 이런 사태를 감당해야 하는 국민은 속이 뒤집힌다.

요소수가 부족하면 당장 소방차가 멈추고, 화물차가 꼼짝달싹 못 한다. 그러면 화재진압과 응급환자의 후송이 어렵게 된다. 게다가 생필품 운반이 중단되고, 수출입화물의 선적과 출하가 정지된다. 이렇게 엄중한 시기에 정부는 민생을 외면한 채 ‘종전선언’에만 매달렸다. 문 대통령은 UN과 로마 등으로 정상들을 만나려 뛰어다녔다. 하지만 요소수의 ‘요’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 문제가 중국정부의 요소수 수출물량 제한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작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지난 4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만났으나 요소수 문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허둥대는 것을 보고 중국 언론매체들은 “한국 정부의 무능과 위기관리능력 부족이 원인이다”고 힐난했다. 하긴 국정의 사령탑인 청와대가 요소수 문제를 “처음에는 비료 문제로 생각했다”는 답변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비싼 수업료를 치렸다”는 국회 답변을 두고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 평화를 위한 ‘종전선언’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시의성이다. 임기 말에 중요 외교정책을 밀어붙이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비핵화 조치가 없는 종전선언 반대”라는 입장을 밝혔고, 상당수 국민이 “선거 때문일까?”하는 의혹을 부풀렸다. 심지어 선거 전에 김정은과 깜짝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라는 억측까지 의혹이 꼬리를 문다. 그러기에 자칫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민감한 사안들은 차기 정부에 넘기는 것이 온당하다. 지금 문 대통령이 할 일은 펼쳐놓은 국정의 마무리와 공명선거 관리다.

그런데 벌써 여기저기 선거의 공정성이 우려되는 조짐이 터져 나온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3대 패키지 예산’을 둘러싼 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 후보가 기재부를 향해 “만행에 가깝다”, “국정조사 사안”이라며 겁박했다. 국민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 후보가 철회했지만 영 개운치 않다. 여당 후보가 선거를 위해 정부예산을 쌈짓돈처럼 쓰자고 하는데도 “청와대가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는 이철희 정무수석의 발뺌은 왠지 옹색하다.

중앙선관위는 산업통상자원부 박진규 1차관, 여성가족부 김경선 차관을 비롯한 관료들을 민주당에 대선 공약 자료를 넘긴 혐의로 고발했다. 정부가 여당 후보의 공약을 생산해내는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은 ‘관권선거’의 전형적인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의 엄정 수사가 필요한데 국민은 회의적이다. 문 대통령의 “선거 엄정중립” 약속이 ‘구호탄’으로 그치면 그 책임은 전부 대통령 몫인 것은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당적을 사퇴하고, 민주당 의원직을 가지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박범계 법무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교체해야 한다. 박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법무부장관 이전에 민주당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당의 의사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장관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지금 시중에는 검찰, 경찰은 물론 심지어 법원, 선관위까지도 여당 2중대라는 ‘설’들이 나돌고 있다. 이런 우려는 미래 청년세대의 희망을 꺾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각축하는 대선에서는 ‘선거중립내각’외에 공정성을 확보할 묘책이 없다. 문 대통령은 역사의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한시바삐 선거중립내각 구성을 서둘려야 한다.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92년 9월, 노태우정부는 대선을 3개월 남겨두고 ‘선거중립내각’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일면식도 없던 현승종 교수를 총리에 앉히고, 법무, 내무, 정무 장관과 안기부장까지 바꿨다. 자칫 관권 부정선거 시비로 불행해질 뻔한 헌정사가 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하다. 벌써 관권선거 꿈틀, 40년 가까이 지켜온 선거공정이 흔들리려나? ‘선거중립내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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