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에 서서
동피랑에 서서
  • 승인 2021.12.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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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시인

골목 폭이 한 발짝만 폴짝 뛰면 되는 간격
섬이 낳은 따개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고동소리 놀란 갈매기 황급히 달아나고
골목투어를 하는 사람들은
먼 기억 속 아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배를 가지고 싶을까봐
뱃고동 소리 안 들으려
바다를 외면하고 귀를 막았다고
지붕 같은 남편을 바다에 묻고
*빼데기 죽으로 끼니를 때우던
우멍한 눈 홀로 여인
떠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나
육친같이 베푸는 저 너른 바다 품이 자꾸 싸안아
스스로 바다가 되어
슬픔을 건너고 있다

눈물이 흘러 들어간 바다의 참맛
이곳은 내 편 일 것 같다
깊이 저려진 울음 다시 꺼내어 흐느낄 수 있는
동피랑 골목에 서 있다

저 생의 비린내 참 좋다

*통영지방 고구마를 말려서 만든 죽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반가운 시 한편을 만났다. 동피랑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풍경을 가감 없이 표현한 시인의 안목에 기뻐한다. 뱃고동 소리를 아직도 집 안에서 들을 수 있고, 들어오고 나가는 배 위에 서서 손 흔드는 사람들도 선 채로 볼 수 있는 곳 동피랑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많다. 옛날에는 달동네지만 밀집한 집만큼 사람들이 살았고, 지금은 그 집들을 보러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저 생의 비린내 참 좋다’이 한 줄이 동피랑을 다 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인의 여행길에 동참 할 걸 그랬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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