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상생
[문화칼럼] 상생
  • 승인 2021.12.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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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지방대학이 위기라 한다. 최근 보도되고 있는 지역대학의 저조한 등록률 기사 뿐 아니라 일부 과는 정원 채우기 힘들다, 우수한 학생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낮은 취업률 등 위기임을 나타내는 여러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전에 몇몇 공연장 관계자들과 지역 예술계 대학 현실에 대한 좌담에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대학 관계자들이 자신감을 상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은 지역 공연장의 위기와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수한 인재가 배출되지 못하는 지역의 공연장 뿌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품을 직접 제작해서 무대에 올리는 제작극장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제작극장이 지역에서 성장한 인재와 함께하지 못하는 제작현실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에 빠진 지방대학의 현실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함께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책임감과 함께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모든 공연장은 제작기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실은 제작극장과 그렇지 않은 극장으로 나눌 수 있다. 제작극장이란 말 그대로 직접 제작한 작품을 중심으로 무대를 채워, 연중 가동하는 곳을 말한다. 즉 기획사로부터 상품성 있는 작품을 구매해 무대에 올리는 곳과 구별된다는 말이다. 이는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의 문제일 따름이다. 핵심은 작품에 출연할 아티스트를 단원으로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다. 즉 상주 예술인 및 단체가 있다면 그들을 중심으로, 그들과 함께 무대에 올릴 작품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제작극장은 양질의 작품을 제작해 무대에 올려야하는 의무와 동시에, 지역 출신의 우수한 아티스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의 역할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이는 지역에 기반을 둔 예술기관으로서 당연하고 또한 상식적인 일이다. 이러한 상생의 모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연장과 지역 대학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미래 인재의 산실인 대학과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극장이 함께 손발을 맞출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우선은 작은 프로젝트라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과거 지역대학의 전성기(?) 시절이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던 때가 분명 있었다. 지방대학에 다닌다는 자괴감이 아니라 모두들 자부심을 가슴가득 채워, 어깨를 펴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이러한 분위기를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함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학교와 공연장이 긴밀한 유대관계 속에 있다는 인식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지역의 공공극장과 대학은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평가에 크게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사람, 공연장은 하드웨어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가운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별로 눈을 크게 뜨지 못했다고 본다. 이것들이 함께하는 상생의 기조가 대학과 공공극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다행히 대구음악협회에서 최근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었고, 과거 수성아트피아에서도 성황리에 추진 한 바 있다. 그리고 몇몇 지역 공연장에서도 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다행스런 일이다.

여러 극장에서 나선다면 결국 시너지 효과를 위한 일종의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지역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 및 각 장르별 예술제를 통하여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잔치 그리고 학교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살아있는 예술의 현장감을 살려 나가는 것이 좋겠다. 이를테면 A극장은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 B극장은 합창의 밤, C극장은 국악관현악 한마당, D극장은 작곡 발표회 등 극장 현장과 잘 어울리는 콘셉트로 영역을 정리하여 시행한다면 전문성까지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노력이 분위기 반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분위기 반전을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작은 씨앗들이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단초가 되리라는 것에 대한 믿음은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분명하고도 명쾌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생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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