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그들이 지구 마지막 날을 대하는 태도
'돈 룩 업' 그들이 지구 마지막 날을 대하는 태도
  • 배수경
  • 승인 2021.12.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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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넷플릭스 공개
쿠키영상은 2개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지구 멸망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돈 룩 업’은 지구와 인류에게 닥친 절대절명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한다던가, 혜성이 지구로 떨어진다는 설정은 그동안 많이 봐왔던 터라 또 그렇고 그런 뻔한 재난영화가 한 편 더해지는 건 아닌가 싶지만 ‘돈 룩 업’은 그동안의 재난영화가 보여왔던 문법과는 다른 길을 간다.

천문학과 대학원생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천체관측 중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기쁨은 잠시 담당 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박사는 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기껏 6개월 14일. 

그들은 이 위기를 널리 알리고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들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영화 속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계, 언론계, 그리고 경제계 인물들 대부분이 상식적이지 않다. 인류의 존망이 달린 중요한 사안 앞에서도 학벌과 지명도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헛웃음이 나온다. 

대통령(메릴 스트립)에게는 인류의 위기조차도 자신의 스캔들을 덮고 다가올 선거에서 판세를 뒤집을 도구로만 필요할 뿐이다. 혜성의 궤도를 바꾸고 지구를 구할 기회는 혜성에서 관측된 광물을 통해 얻어질 경제적인 이익을 앞세운 자본가의 논리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유명 TV쇼는 시청률을 위해 심각한 위기도 가볍게 다루고 어이없는 상황에 화를 내는 케이트의 모습은 밈(meme,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이 되어 웃음거리가 된다.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정치적 이념과 경제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미디어를 통해 쉽게 선동된다. 

혜성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도 위기를 감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하늘을 올려다 보라(Just look up)’고 외치는 이들과 ‘하늘을 보지마라(Don’t look up)’ 고 말하는 이들의 대립 역시 소셜미디어의 챌린지로 소비된다.

영화의 제목이 ‘룩 업’이 아니라 ‘돈 룩 업’인 것도 아이러니하다. 

영화는 코미디라는 외양을 쓰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무서운 재난은 없다. 

기상학자들이 끝임없이 경고하는 있는 기후위기를 비롯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영화 속 대중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돈 룩 업’포스터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던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란 문구가 서늘한 공포로 다가온다.  

애덤 맥케이 감독이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듯이 영화는 우리에게 눈앞에 다가온 위기를 똑바로 바라보라고 경고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즈를 비롯 메릴 스트립, 롭모건,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살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 비중과 상관없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영웅이 나타나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한다는 기존 재난영화의 공식을 벗어나 결국은 맞이하게 된 지구 종말의 날. 민디 박사의 집에서 최후의 만찬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여겨 볼 만하다. 

마지막 쿠키영상까지 감독은 풍자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돈 룩 업’은 극장 개봉에 이어 오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된다. 

배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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