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우리병원에서 소아청소년 예방접종을 어떻게 하는지부터 살펴보자.
보호자들이 따라오는 경우도 있고 동의서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데, 보호자가 있는 경우는 주로 보호자에게 우리병원에서 접종하고 난 아이들의 예후 즉 부작용의 빈도라든지 접종 후 어떤 증상이 생길 건지, 언론에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른하다든지 졸린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경우에도 해열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등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어 안심을 시킨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해 달라 그리고 그런 증상이 생기더라도 발견만 일찍 하면 문제가 없다고 안심을 시킨 후 접종을 한다. 그리고 접종 후 곰돌이 젤리를 주고 대기를 시킨다. 접종으로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고 달달한 것이 들어가면 통증을 줄여준다며 용기를 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리고 가끔 접종 후 미주신경성실신(접종 전 이 주사를 맞으면 얼마나 아플까 긴장했다가 접종 후 긴장이 완화되어 혈관 확장이 생기고 뇌 쪽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 생기는 일시적 실신)도 있기 때문에 서서히 긴장을 완화시킨다.
동의서를 가지고 혼자 오는 경우 농담도 하고 접종에 대해 퀴즈도 내면서 부드럽게 접종을 마무리 하려고 노력한다. 평소 자주 오던 병원이라 아이들도 낯설어하지 않고 선생님이 주사를 주면 안 아프다면서 예방접종만은 우리병원에서 하려는 아이들도 많다. 무섭고 두렵지만 태산처럼 곁에서 지켜주는 선생님이 있다는 위안을 주고픈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접종 후 부작용을 말 한마디로 없애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두려움은 풀어주고 걱정으로 인한 심리적 부작용을 줄여주고자 함이다. 그리고 가끔 똘똘한 아이들 중에는 1차는 덜 아픈데 2차는 왜 더 아파요? 하고 묻는 경우도 있고 아프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묻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면 질문에 답도 해주고 문제를 맞히면 칭찬 선물이 나가기도 한다. 어떤 여학생은 소리를 지르기도하고 옆에 있는 친구는 겁에 질려 울려고도 한다. 얼마 전 여학생이 아빠랑 와서 접종을 하는데 아빠는 진료실에 들어오지도 않고 대기실에 있고 아이혼자만 들어와 접종을 하기에 아빠가 오셨네 하니 우리 집은 아빠는 힘이 없고 엄마가 돈을 벌어 힘이 세고 엄마가 너무 무섭다고 울먹이며 너무 싫다고 했다. 선생님도 어릴 때 아픔이 있었다며 엄마가 힘들어서 그런 거니까 그래도 엄마가 없는 거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자며 다독여서 보냈다. 접종만이 아니라 정신과 상담까지 해서 보낸 케이스다. 한참 민감한 때이니까.
그런데 아이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단체 접종을 한다고. 그중에 한명이라도 실신을 하거나 아니면 실신은 아니라도 울거나 난리를 치면 그 후에 남은 아이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어쩔 것이며 쓰러지거나 했을 때 대처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접종센터에서 대규모로 접종하신 어르신들도 그거 할 거 못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아이들을 단체 접종을 한다니. 왜 소아청소년들의 접종률이 떨어지는지를 몰라서 그런 걸까? 아이들이 바빠 시간이 없어서 접종하기 귀찮아서?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접종률을 높인다는 단순한 목적만 가지고 단체접종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단체 접종 후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부작용이 생겼는데 누구한테 가서 물어 보아야 하나. 이 일이 꼭 단체로 해야만 하는 아주 급한 일인가 안전이 확보된 일인가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목표만을 보고 가는 우매한 짓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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