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와 합종연횡, 그리고 대선
귀곡자와 합종연횡, 그리고 대선
  • 승인 2021.12.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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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여행·항공마스터과 교수
‘귀곡자’는 기원전 4C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중국 역사상 가장 신비에 싸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존 인물 여부에 따른 이설이 있으나, 성은 왕씨이며, 이름은 후로 제나라의 사람이라 전해진다. 그는 전국시대에 활동한 제자백가 중 종횡가 사상의 창시자로 정치적 기술 및 전략적 사고, 심리 전술과 정보 획득의 기술을 바탕으로 설득과 협상술의 지침서를 집필하였다. 후일 합종연횡 전략으로 전국시대를 풍미한 소진과 장의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으며, 귀곡에서 은거한 까닭에 귀곡 선생이라 불렸다.

또한 책략과 모략을 통달하여 강태공, 장량, 사마의와 함께 중국 4대 모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도의 심리전으로 상대를 설득하여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유세술을 설파하여 종횡가의 비조로 추앙받고 있다. 종횡가의 사전적 의미는 “각국의 제후들 사이를 오가며 뛰어난 언변과 책략으로 여러 국가를 종횡으로 합쳐 연합체를 조직하고 그 힘의 균형을 이용해서 목적을 쟁취하려는 사상가들”을 말한다. 그들은 뛰어난 언변과 유세술로 군주를 움직여 세상을 바꾸려 하였으며‘합종연횡’의 전략을 구사하여 목적을 달성한 정치 전략의 대가들이다. 종횡가가 추구하는 이념은 무력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혼란의 시대에서 무력보다는 설득과 협상력을 기반으로 현실과 실리를 추구함으로써 과거보다 현대 사회에서 유용한 사상이라는 견해가 존재한다. 합종연횡은 전국시대 약자끼리 연합하여 강자에게 대항하는 소진의 합종책과 약자들을 강자와 개별적으로 화친하게 하여 마침내 동맹을 와해하고 천하를 통일한 장의의 연횡책을 이르는 고사성어이다. 오늘날에는 정치권이 선거철이 되면 흔히 이익과 노선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비유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과거 대선에서 합종연횡의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5대 대선에서‘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하여 선거에서 승리하였으며 16대 대선의‘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2012년 18대 대선의‘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들 수 있다.

다가오는 2022년 20대 대선 또한 후보 간의 합종연횡이나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현재는 이재명, 윤석렬 양강구도가 굳건하고 제 3지대 후보들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며 향후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20대 대선처럼 각종 변수와 후보 리스크가 많은 선거는 흔치 않은 점과 역대 대선에서 후보 간 합종연횡이 선거판 전체의 프레임을 바꾼 사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후보 간의 연대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다소 우세한 흐름을 보이지만,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치열한 혼전의 판세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수의 조사에서도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초접전 중이며 남은 기간 어떤 변수로 인해 대선판이 출렁일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양강의 구도 속에 후보 간 단일화와 정책 연대 등 합종연횡의 변수가 대선판을 흔들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대 대선에서도 여전히 현대판 종횡가들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2차례 여야를 넘나들며 정권 창출에 일조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여전히 건재하여 국민의힘 총괄 선대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정치인이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이 몸담았던 진영을 떠나 상대 진영으로 옮겨가는 현실은 대선을 앞두고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다수 인사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고 평생을 보수진영에 몸담았던 박창달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는 등 대조되는 행보도 보인다.

정치적 제휴는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치집단과의 연대로 선거 승리와 권력 획득을 위한 생존의 전략이며 이전부터 행하여진 정치적 관례이다. 하지만 명분 없는 이합집산에 몰두하거나 개인의 이익만을 집착하는 합종연횡은 자칫 정당성을 상실한 정치적 야합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진영을 넘나들 때는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에서 분명한 명분과 정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신념이나 가치를 배제한 이합집산은 단순한 세 불리기에 지나지 않으며 국민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기 어렵다.

2천500년 전‘귀곡자’는 ‘공자’와 ‘맹자’와 달리 수천 년 동안 금서로 취급되고 권모술수의 집대성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또한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이 오늘날과 현저하게 다르지만 그의 사상이나 이념이 현 시대에 시사 하는바는 실로 크다. 그와 종횡가들은 도덕적 신념과 현실적 정교함을 바탕으로 정치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였다. 또한, 전략적 사고와 설득을 통해 상대와 소통하여 마음을 얻었으며 이를 통하여 목적을 이루는 합종연횡의 협상술을 요체로 하고 있다. 더구나‘귀곡자’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애민 정신과 열린 정치의 구현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원칙 없는 이합집산이나 야합의 정치와는 그 결이 다르다. 종횡가를 꿈꾸는 정치지도자라면 한 번쯤‘귀곡자’를 만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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