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왜 두려워?
특검이 왜 두려워?
  • 승인 2021.12.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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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세상을 살면서 죄를 짓는다는 것은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천지백판으로 깨끗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생활이다. 다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범죄라면 당연히 법의 제재를 받고 응분의 형사적 처벌을 받게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범죄는 절도나 강도 살인이다. 옛날에는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 약법삼장(約法三章)만 있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수백가지 아니 수천가지 법률에 정해진 범죄가 판을 친다. 이런 것도 법에 저촉되나? 하고 의문을 품을만한 가벼운 일이라도 법률에 정해져 있으면 처벌받는 것이 현실이다. 전혀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법권의 범주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순종해야만 한다. 그래서 법과 도덕의 한계를 정확히 지켜나가는 것이 어렵다. 더구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청탁이라 할지라도 청탁금지법이 가로 막을 수 있으며 회사나 단체에서 집단적 따돌림이나 괴롭힘도 걸리게 되어 있다. 과거 같으면 웃고 넘어갔을 일도 지금은 자칫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혐의를 벗어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처럼 자질구레했던 일들이 사회적 처벌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생활을 위한 기초가 확립되었다고 자부해야만 한다.

그런데 엄청난 부정과 부패를 저질렀다고 온갖 매스컴이 대서특필하고 대언장어(大言壯語)하고 있는 사건을 두고 아직도 어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조차 특검수용을 공언하고 있는데 어째서 국회는 조용할까. 지금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180석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 오죽하면 입법독재라는 야당의 비난까지 나올까. 여당대선 후보 이재명이 성남시장 재직 시에 저질러진 대장동 사건은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천문학적인 거액의 돈을 불과 몇 사람이서 꿀꺽했다. 돈 재미를 본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은 이미 구속되어 재판에 회부되었으며 또 한 사람의 관련자인 유한기는 구속영장 심사가 시작하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속되어 감옥에 간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장 공포의 대상이 된다.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하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어야 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인가. 유한기의 죽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진상규명은 확실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수사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은 물론이고 유동규가 내던진 전화조차 못 찾고 결국 경찰이 가져갔으니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게다가 유한기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몬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지가 없다는 의문까지 들게 만든다. 따라서 특별검사를 채택하자는 얘기가 진즉부터 나왔다. 이에 대해서 이재명은 특검을 수용할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윤석열에 대해서도 특검을 실시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다. 윤석열의 혐의는 대장동처럼 뚜렷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재명의 조건부에 대해서 “같이하자”고 나섰다. 여야후보가 모두 자신과 관련하여 내빼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여야가 합의만 하면 된다. 대선 날짜가 9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 서둘러도 진상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매우 빠듯하다. 그래도 특검은 물러설 수 없는 국민과의 약속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특검이 시행되었지만 드루킹사건과 관련하여 김경수 구속으로 마무리된 특검을 제외하면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특검 박영수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되었다는 혐의까지 받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무엇 하나 야무지게 처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고만 간다. 대외적으로는 종전선언을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조차 시큰둥하다. 미국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선수단만 보내고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외교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영국과 카나다가 동조한다. 한미동맹국이지만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두려워하는 한국으로서는 선뜻 미국에 동조하기 어렵다. 사드배치로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큰 피해를 본 것은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책이 자초한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 창궐로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3개월 이상 거주 외국인까지 포함하더라도 9만 명의 인구감소라는 통계청의 발표다. 감염병 때문에 일시적일 수 있지만 결혼기피 현상이 젊은이들 사이에 대세라고 하니 가뜩이나 노령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노동력 부족현상과 맞물리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싶다. 이럴수록 이번에 실시되는 대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가볍지 않다. 반드시 부정과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정치풍토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퍼주기를 능사로 삼는 대중영합주의는 나라를 망치는 장본이다. 국민이 깨어있으면 부정부패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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