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신호를 걸러내라
세상의 신호를 걸러내라
  • 채영택
  • 승인 2021.12.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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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이는 세상의 많은 신호들을 다 걸러내고 자신의 삶을 위해 시인이 선택한 신호인 듯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재능을 갖고 존귀하게 태어나지만 환경의 신호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살아가면서 자신의 빛을 마음껏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점점 더 그 빛을 잃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부정적인 신호를 받게 되면 뇌 속의 작업기억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져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한계에 갇혀버리게 된다고 합니다. 세상이 보내는 신호를 잠시라도 방심하면 그 신호가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날, 툭 건들기만 해도 눈물부터 쏟아질 듯 유난히 마음이 힘겨웠던 날을 떠올려 보면, 평소와는 달리 더욱 복잡하게 날아드는 세상의 혼란스러운 신호들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날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옵니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 ‘느려도 좋으니 절대 포기는 하지 마!’라는 격려와 응원의 신호들도 오지만 ‘네 생각은 중요치 않아.’,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별 수 있나.’, ‘네 주제에 그런 것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마.’, ‘넌 왜 항상 이렇게 느려 터졌니?’라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잔인한 신호들이 더 강력하게 전해졌습니다.

다행히 부정적 신호들을 다 걸러내고 격려와 응원의 신호를 선택하여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어 긴 호흡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입시제도가 만든 서열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다.’라는 세상의 평균적 신호를 보내며 아직도 학생과 학부모가 한 줄 서기에 열중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극소수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신호일지도 모르는 그 신호를 쫓아다니면서 자주 줄 밖으로 밀려나는 부정적 신호를 감수하고도 자신의 재능을 둔화시키는 일관된 신호를 아무런 생각 없이 쫓아가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세상이 보내는 신호가 정말 가치 있는 신호인지 판단하고 잘못된 신호를 걸러내어 차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제한된 집중’이 있고 그 ‘제한된 집중’이 재능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한된 집중’은 세상이 쉽게 한계를 긋는 여러 가지 신호들과 싸워 그 신호를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재능이나 분야를 향한 ‘차단된 열정’으로 깊이 몰입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한 번의 좋은 신호가 내 안의 변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도 교문 앞에 서서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하루를 축복하는 첫 신호를 보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차단된 열정’으로 깊이 몰입하여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그날을 기대하며…



배은희 대구도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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