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편리함이 누군가에게는 벽이 되지 않도록
디지털 소외계층, 편리함이 누군가에게는 벽이 되지 않도록
  • 승인 2021.12.14 2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보리 가정복지회 사무총장
어느 순간부터 카페나 식당에 문 앞에 커다란 모니터가 하나씩 놓이기 시작했다. ‘키오스크’라는 생소한 이름의 컴퓨터 같은 물건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열심히 화면을 터치하고 있다. 나이 드신 몇 분은 점원이 있는 반대편 프론트에서 직접 주문을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카페나 식당의 풍경이다.

얼마 전, 신문에 조금은 생경한 기사가 게재되었다.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앞에서 어르신들이 “노인배제 주민불편 00은행 폐점반대”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상가 1층에 자리 잡은 00은행 영업점의 폐점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문에는 은행영업점이 ‘디지털라운지’로 전환되어 운영된다는 안내문과 함께 “금융권 최초로 상담직원과 화상화면을 통해 은행 업무가 가능한 미래형 창구”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어르신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거래에 어려움이 있기에 은행이용에 불편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에 더 노출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러한 변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빨라지고 있는 사회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비(非)대면 ‘언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온라인 거래, 무인매장의 키오스크, 비대면 금융결재 등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과 같은, 이른바 디지털 소외계층은 점점 더 배제되고 고립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50대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99.2%, 60대는 78.8%였지만, 70대 이상은 38.8%로 취약계층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급격히 감소했다. 또한 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패스트 푸드점에는 70세 이상 소비자 전원이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에 실패하였으며, 10명중 5명은 익숙하지 않은 메뉴 분류 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보편화되고 있는 온라인 소통으로 이른바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새로운 디지털 정보를 창조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소통·협업하고, 나아가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디지털 정보의 활용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MZ세대들이 발 빠르게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고 디지털 정보와 기기의 활용 역량을 키워나갈 때 노인의 디지털 소외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상의 불편함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문화적 소외를 가중시키며 세대 간 소통단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수혜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6월 디지털 포용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다 함께 누리는 디지털 포용 세상 구현”을 목표로 디지털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을 위해, 전 국민 디지털 역량강화,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 조성, 디지털 기술의 포용적 활용 촉진, 디지털 포용 기반 조성 등의 네 가지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디지털 교육체계를 수립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이용환경을 조성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확산하고, 민관협력을 통한 디지털포용사회를 구축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서비스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면 언택트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많은 부분이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로 시행되고 있다. 서비스구축에 비해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서비스에 소외될 수 있는 이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컨텐츠 개발과 함께 보다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