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은 두렵다
대한민국 여성은 두렵다
  • 승인 2021.12.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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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마포 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검찰이 10년을 구형한 것에 대해 국민의, 특히 여성들의 분노가 엄청나다. 지난 13일 검찰이 여자친구였던 황예진씨를 다툼 끝에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 이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폭행 상황이 녹화된 CCTV가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모든 국민은 공분했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이가 데이트폭력이 아닌 살인이며 데이트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키지 말라고 격분했다. 혹시나 했지만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역시나 한없이 가볍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 여성은 분노하고 있다.

검찰은 범행 경위와 정도를 보면 중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사망했음에도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피해자 유족도 처벌을 바라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가해자 아버지가 집까지 팔아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유족 측이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말하고 피해자가 먼저 이씨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폭행해, 피고인이 화가 나서 폭행을 저지른 점에 대해서는 참작을 부탁한다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검찰의 워딩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검찰이 구형한 10년, 선고에서는 줄어들 것이며 가해자는 항고하고 상고에서는 형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에 모두가 분노하고 검찰을 비난하고 있다.

매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증가하고 있고 비단 성폭행뿐만 아니라 많은 증오 범죄의 대상이 되어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겪고 나아가 무참히 살해당하기도 한다. 황씨 사건만 하더라도 언론의 프레임은 데이트폭력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살인사건이다. 필자는 이러한 판결이 두려운 것이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산 만큼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판결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런 약한 처벌은 유사 범죄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죄에 대한 판결은 오롯하게 판사의 몫이나 이것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일반 국민의 몫이다.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제주도 보복살인 사건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고 살해된 중학생을 모두가 슬퍼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들 역시 국민의 시각에서는 사형을 받아 마땅하지만 1심에서 가해자와 공범은 각각 30년과 27년을 구형받았고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특성상 상고심으로 갈수록 대부분 형량은 가벼워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감형될 것이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지난 10일에는 자신을 성폭력으로 신고한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의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가 숨지고 말았다. 또 지난달 서울 중구에는 경찰로부터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토킹에 시달리다 살해되기도 했다. 이렇게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끝없이 일어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두려움에 떠는 여성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판결이 낳은 파장을 사회가 오롯하게 떠안고 있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갈수록 더 잔혹해지고 동시에 유사 범죄는 더욱 증가했다. 황예진씨 죽음에 대한 죄값이 검찰이 구형한 10년이 되어버리면 이제 우리 사회는 '여자를 때려죽이면 10년 정도 교도소에 있다 나오면 된다'는 것이 공식이 될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판·검사는 살인격려 및 방조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촉법소년 때문에 관련하여 10대의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를 잘 아는 10대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촉법에 해당하는 자신의 상황을 이용하여 더욱 교묘하고 악랄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폭력부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사실이다. 범행이 발각된 후에 꼭 들리는 것이 가담한 청소년들이 자신들은 촉법소년이라서 처벌 안 받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는데 이들이 촉법소년에 대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은 사법부가 촉법소년임을 감안하여 솜방망이를 넘어 거의 처벌을 하지 않았던 많은 범죄에 대한 판결을 언론을 통해 10대들이 알았기 때문이다.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은 처벌의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사법부가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다.

비혼과 비출산의 문제를 여성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필자는 여성의 인권 증대, 작게는 사법부가 여성 인권을 존중하며 남성과 동등한 판결을 여성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이 추세는 변함없을 것이다. 여성이 남성을 죽이면 계획한 범행으로 중형이 되고 남성이 여성을 죽이면 우발적 범행으로 10년이니 어떤 여자가 이런 나라에서 결혼하고 출산하고 싶겠는가. 20·30대 여성들의 화두 중 하나가 '안전이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놀랍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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