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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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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위엄을 배우라고 사자를 보내줬더니

권위만

아름다움을 배우라고 공작새를 보내줬더니

쌍까풀 수술만

말을 배우라고 앵무새를 보내줬더니

험담만

모른 척 눈감고 살라고 부엉이를 보내줬더니

낮잠만

거대한 침묵을 배우라고 코끼리를 보내줬더니

힘자랑만

관(冠)의 향기로움을 배우라고 사슴을 보내줬더니

저질 향수만

번성의 풍요를 배우라고 쥐를 보내줬더니

뒷골목에서 섹스만

우주가 선물로 보낸 것은 다 사라지고

쌍꺼풀과 굴종 보톡스로 번들거리는 낯짝

가벼운 입술과 거짓말

낮잠과 헛꿈

힘자랑과 저질 향수

그리고 무궁화 꽃피듯

사랑 없는 섹스만 남았다

그러나 섹스는 무죄

◇유혜경= 서울生. 강원도 원주에서 詩作활동중. 서울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온통 청개구리식의 운동에너지가 가득하다. 현실을 보는 시각은 대각선으로 누운 것에서 시작한 시인의 글은 그렇게 써진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다양한 착각의 실례를 들면서 비꼬아 놓은 글을 읽으면서 자발적인 제안은 못하지만, 동의는 하게 되는 묘한 문장들을 발견한다. 그렇다는 이야기다. 시인이 바라본 마뜩찮은 현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 몇 몇의 일들에 비위가 잔뜩 쌓인 시인은 통쾌한 문장으로 그들에게 민원서류를 넣어 놓은 듯하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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