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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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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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말 잘하는 사람에게 ‘변호사 같다’는 말을 흔히들 했다. 옛말이다. 지금은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MC나 개그맨 등 방송 관계에서 일하는 사람도 그렇고 이른바 무슨 평론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청산유수다. 변호사 출신 대선 후보자는 원고 없이 두 시간 연설을 하는 말재주가 있다고 한다. 남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말을 잘하는 사람은 출중한 능력자다. 정제된 언어는 인간관계에서의 오류를 없애는 중요한 수단이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힘이다.

선거 시기에는 온갖 말이 무성하다. 진실된 말보다 가짜뉴스와 마타도어가 판을 친다. 말이 말을 만들고 방송 등 언론을 통하여 전파되어 정보 수신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말에는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선거 때는 깡그리 무시된다. 순간적이지만 언론만 잘 타면 요설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지금 대선후보자들은 상대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조그만 흠까지 찾아내어 언론에 정보를 주고 말 꼬투리의 연결은 그 끝을 모른다. 여기에 자칭 정치평론가들이 입을 대면서 말의 성찬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언론도 정치평론가도 중도적·객관성 없이 편을 갈라 상대후보자의 결점 찾기에 분분하다. 종편의 정치토론 프로그램에서는 현역 정치인들까지 나와서 입이 마르도록 말을 토해낸다. 말을 못 참는 인물도 있다.

전직 장관을 지낸 Y씨는 한동안 조용하더니 다시 정치평론을 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정치는 물론 정치비평도 하지 않고 오로지 글 쓰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말을 죽 해 왔다. 그런 그가 정치평론가의 이름으로 TV에 얼굴을 내밀었다. 정치는 하지 않고 정치비평만 하겠다는 말을 또 했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정치평론가는 정치를 평론하는 사람이다. 누구나 정치 현장에 깊이 들어가지 않고는 정확한 평론을 할 수 없다. 중도적이고 객관성 있는 정치평론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칭 정치평론가는 정치토론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다. 특히 선거 때 지상파나 종편에서 이들을 많이 찾는다. 평론가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보자. 일반적으로 평론가의 정석은 문학평론가다. 신춘문예 장르에는 시, 시조, 단편소설, 동시, 동화, 희곡과 더불어 평론이 들어있다. 문학작품을 평론하는 능력과 실력이 인정되어 등단 절차를 통하여 문학평론가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일정한 등단 과정을 통하여 문학을 평론하는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이다.

반면 정치평론가는 등단 절차 같은 것이 없다. 정치학등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학위를 가진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방송에서 불러주니까 정치평론가연 하는 인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어느결에 정치평론가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문학평론을 하려면 평가할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작품성의 진수를 찾아야 한다. 문학에 심취되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평론가가 바른 평가를 하려면 정치상황 속에 깊이 들어가야 하므로 자의든 타의든 정치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정치는 하지 않고 정치비평만 하겠다는 Y씨의 말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어떤 평론가든 평론의 핵심은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문제의 핵심을 찾아 제3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판단 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다.

Y씨가 정치비평을 하겠다면서 처음으로 한 말은 평론가로서의 이념이나 윤리성이 결여되고 편향성이 짙었다. 여당 후보를 생존자, 발전도상인, 과제중심형이라면서 극찬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고 학습능력이 뛰어나 자기를 계속해서 바꿔나가는 사람, 머리가 좋고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비평 아닌 칭송을 입에 담았다. 또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만큼의 하자가 없다면서 대장동 사건도 별것이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다. 잘 못 들으면 그의 말이 옳은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만큼 말을 아주 잘 한다. 교언영색이 따로 없다.

예상컨대 Y씨는 정치평론가라는 이름으로 여당 후보 편에 서서 야당 후보에 대한 일반적 여론에 대항하는 여론을 생산·재생산 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정치평론가의 범주에서 벗어나 분명 여당 대선후보자의 홍보맨 역할을 할 것이다. 정치평론가들이 국민들의 후보자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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