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정치 품격
요원한 정치 품격
  • 승인 2021.12.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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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2년 전엔 공시가를 현실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가 다가오자 엊그제는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말을 바꿔 구설에 올랐다.

부인 김건희 씨의 뉴욕대 연수 등 허위 이력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며 시간을 벌다 성난 여론에 못 이겨 사과했지만, 진정성 논란을 자초하면서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맞대응에 나서다 고집만 센 후보로 낙인 찍혔다.

자신이 했던 말을 아침저녁으로 바꿔대 신뢰를 크게 잃는 이도 있고, 유독 사과에 인색해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지 않는 모습이 집권할 경우에도 지도자로서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는 이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지면 죽는다’는 정치꾼들의 강박관념이 대선이라는 ‘축제’판을 시궁창의 ‘개싸움판’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한 쪽에선 매혹적인 표현으로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할 것이란 말잔치를 쏟아내면서도, 다른 한 쪽으론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살의를 담은 말들을 총동원해 상대 진영을 비난하기를 서슴치 않는다.

이 가운데는 누가 들어도 납득할 수 없는 소위 ‘비난을 위한 비난’ 수준의 해괴한 말 공격도 많다. 국민의 안녕을 껍데기로 두르지만 실은 상대 진영 후보를 공격하는데 모든 힘을 다 쏟는 형국이다.

이러니 국민들에게선 ‘선거판이 X판’이라는 혀 차는 소리만 나올 뿐이다.

평생 산 속에 살면서 호랑이에게 부모를 잃고, 남편까지 호환으로 잃은 아낙네가 이번엔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먹혀 잃고서도 ‘왜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산 속에서 사느냐’는 질문에 “호환보다 무서운 정치 우환을 맞닥뜨리기 두려워 산을 안내려 간다”고 대답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우리 정치는 품격을 잃고 말았다.

작금의 정치는 특정 후보나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국민이 아니라면 정치꾼들이 쏟아내는 냄새나는 말에 치여 숨도 못 쉴 지경이다. 이런 말잔치에는 분명 거짓말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하며, 인간의 기본 인격마저 폄훼하는 이번 대선 정국의 말잔치는 상대방도, 국민도 결코 설복시키지 못한다.

선거판이 이 지경에 이르니 국민들은 무성한 말의 공격에 이젠 피곤함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국민들이 보고 싶은 것은 이런 전쟁 같은 말잔치가 아니라 국민이 모두 납득할 만한 통찰력과 신뢰감을 지닌 정책의 대결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판은 ‘품격을 잃은 정치’로 이미 전락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상대 후보에 대한 극에 달한 마타도어. 국민들을 오히려 갈라치기로 나누는 주장만 난무하니 선거가 아니라 ‘말의 전쟁’이다. 국민들은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이들로 인해 변화되어 나갈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을 알고 싶은데, 대권 주자들의 각 진영은 내내 상대 진영 후보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마치 이들에게 조롱당하는 듯 한 기분마저 든다. 수준 낮은 정치 품격에 질린것이다.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각 분야 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당연히 해야 한다. 그래서 선거는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게하고 그로인해 적임자가 선출되면 그것때문에 국민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이 선거는 마치 정권을 잡는 커다란 이벤트의 장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상대 진영 후보를 죽여야 하는 사활을 건 난투극이 됐다. 이 가운데 국가는. 국민은, 우리 터전의 번영은 도데체 어디에 있는가. 무법 무능 무식 무치가 지금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예의와 품격을 갖춘 그런 후보는 왜 없는가. 이런 식이라면 이번 대선이 끝난 뒤에도 또다시 증오와 분노로 점철돼 과거에 복수하는 그런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겠는가.

품격 있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더더욱 어려운 것도 아니다. 국민을 답답하지 않게 하는 정치가 품격 있는 정치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국정의 동반자적 관계를 견지하는 자세는 당연한 전제 조건이다.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 품격 있는 정치를 갈구하는 우리 사회의 요구를 이제는 정치인들이 충족시켜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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