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에 대한 배려
패자에 대한 배려
  • 승인 2021.12.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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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전통시장은 정기적으로 열린다. 5일 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날이면 집집마다 성심성의껏 생산한 상품을 갖고와 시장에 내다 팔고, 상품을 판매해 번 돈으로 필요한 다른 재화를 구입한다. 시장 한쪽 모퉁이에서는 솥을 걸어두고 국밥을 판매하고, 시장을 찾는 주민들은 막걸리 잔을 걸치면서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이웃 마을 사람들과 정겹게 만남의 시간도 갖는다. 이처럼 시장은 상품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경제활동 공간뿐만 아니라 사교의 장이며, 시장이 열리는 날은 흥겨운 축제의 장이다.

선거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통시장과 같다. 대통령 선거는 5년 마다 열리며, 선거가 열리는 기간은 축제의 장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다. 반면 발굴한 일부 정책에 대해 표를 얻기 위해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고의적으로 던지는 '빈볼 시비'도 있지만 속된 말로 '구더기 무서워 정 못 담그겠다.'라는 속담처럼 그래도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대 대선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인지는 모르겠지만 축제의 분위기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미 여야는 본 선거에 승리하기 위하여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뽑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월 10일 서울 대선후보 순회경선 및 제3차 선거인단 결과 이재명 전경기도지사를 대선후보를 선택했으며, 야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11월 5일 윤석열 전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뽑았다. 이처럼 양당 후보들은 본격적으로 선거행보에 들어간지 오래되었지만 여야 모두 당내외적으로 홍역을 겪고 있다. 가족 리스크로 위기에 봉착한 양당 후보는 모두 다 후보자 본인과 그 가족들의 스캔들, 그리고 경선에 패배한 후보 지지자들의 묵시적인 딴지에 막혀 기대했던 정책선거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특히 예비경선에서 각 후보자들을 꼼꼼하게 검증하지 못한 연유인지는 몰라도 자고나면 하나씩 하나씩 불거져 나오는 의혹으로 인해 아쉽게 패배한 2위 후보의 정치적인 포지션이 많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여야 2위를 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공공연하게 "현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 후보를 교체해야 정권 교체 여론에 편승해 집권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이후 경선 결과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컨벤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아직도 여전히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 중에는 이 후보를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실제로 대선 경선이 끝났지만 이 전 대표 지지 인사 중 일부는 아직도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인 국힘의힘 윤석열 후보도 처지는 비슷하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홍준표 의원은 지난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2030세대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전당대회에서 분명히 이야기했다. 비리 대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홍 의원은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으로 합류는 했지만. 형식적인 참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20일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종인 총괄 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 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이라고 평가했으며, 또한 "이렇게 선대위가 갈라져 각자 이해에 따라 움직이니 일사불란 할 리도 없고, 현안 대처 능력도 없어 후보만 매일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는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정상이다"고 언급하자 안 후보는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라며 화답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대선보다는 본인의 정치를 위해 다닌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와 캠프는 아쉽게 낙선된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응대했는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거가 정말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승자독식이 아니라 아쉽게 패한 패자의 마음을 포용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많은 아쉬운 점이 있다. 내년 대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패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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