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름 접으며 흐르는 사문진 나루터
물을 아는 한 사람을 이기기 위해
들풀 거느리고 둑길을 걷는다
바람을 제대로 영접 하려고 단추를 풀어 헤쳤다
강 위에 섬들은 숨을 곳이 없었다
물의 이야기
물이 그리는 붓질
물의 비추는 빛이 서서히 어울려 펼치는 풍경
왜가리 한 마리 휘 강물 위를 한 바퀴 돌아
천천히 날개 접으며 내려앉고
한 무리 기러기 떼 노을 층층이 겹쳐진
대각선으로 날아가 하늘을 쏘았다
붉음이 터져 강물과 맞붙은 하늘부터 번지며 퍼져간다
어디서 다시 시작하면
잃은 것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떠밀어 이곳에 왔고
흐르는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어느 나무뿌리에 걸려
그곳이 어디든
새로 꽃 피울 수는 없을까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물, 바람, 풀, 길, 노을, 하늘, 나무 그리고 시인. 이 글에서 찾아낸 자연의 이름들이다. 그 자연들 속에서 만끽하는 시인의 모습을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묘사해놓았다. 편안하게 읽어가다가 마지막 연과 행에서 숙제하나를 받게 되는데, 그 답은 독자의 몫이 되겠다. 이런 답을 바라는 글을 읽으면 왠지 화답시를 써야 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것이 그리 싫지가 않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