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환청

낙엽 태우는 내음

자작거리는 불꽃 함께

봉평 생가 채운

속된 그리움

진한 메밀 꽃향

오래 맴도는

하찮은 인연일랑

깃털처럼 날려 버릴까

우수수 떨어지는

내 마음 속 낙엽

차마 태우지 못해

책갈피 속 곱게 접어

마냥 수줍음 속

효석은 아직도 그렇게

가을 깊은 밤

하염없는 상념에 젖어

그렇게 흘러가는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호: 霜葉. 서울법대 및 대학원졸업. 21회 행시합격. 법령정보원장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인간 중 시인이 가장 가치 있는 인간’이라 생각하였다던 이효석을 그리는 시인은 그야말로 그의 생각에 맞춤하였다고 하겠다. 이효석에 대한 그리움이 시인의 시심을 확장시켰고, 기어이 함축적 언어로 행간 곳곳에 심어 두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연모하는 정을 글로 적어내고, 그 속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살아서도 행복이겠고, 죽어서는 만인의 눈길에 머물 것이다. 인쇄의 힘은 강력해서 이 그리움의 소회는 두고두고 세인들의 마음에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