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거북을 타고 -‘연오랑세오녀’ 설화 속의 새
까마귀는 거북을 타고 -‘연오랑세오녀’ 설화 속의 새
  • 승인 2021.12.23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대구문인협회장
오늘날 동해안 포항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설화 ‘연오랑세오녀(延烏郞細烏女)’에도 새가 등장합니다.

즉, 주인공 연오(延烏)는 태양 속에서 살아간다는 까마귀 이야기 ‘양오(陽烏) 전설’에서 ‘양오’의 변음이며, 세오(細烏)도 ‘쇠오’, 즉 ‘금오(金烏)’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성(性)을 나타내는 ‘사내 랑(郞)’과 ‘계집 녀(女)’를 붙여 음양(陰陽)을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고대 역사책 〈니혼쇼키(日本書紀)〉에 나오는 태양신화 ‘천일창설화(天日槍說話)’의 주인공 천일창(天日槍)이 바로 연오랑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대륙에서 건너온 천일창이 나라를 세우고 밝은 빛을 전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연오가 일본으로 건너가자 그곳 사람들이 비범한 인물로 여겨 왕으로 모셨다는 것과 맥이 통합니다.

천일창은 서기전 1세기 경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전해지는 신라계 인물입니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번마국(播磨國), 근강국(近江國), 약협국(若狹國) 등 일본의 각 지역 국가를 거쳐, 지금의 벙고현(兵庫縣) 북부지방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때 옥(玉), 청동거울(日鏡), 창(槍), 칼 등 여덟 가지의 물건을 전했다고 합니다.

이로 볼 때 우리나라의 동남해안이 일본으로 문화를 전해주는 퉁로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연오는 해초를 따기 위해 바위에 올라갔다가 바위가 움직여 일본으로 가게 됩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세오는 남편을 찾으러 바닷가로 나갔는데 신발만 있고 남편이 보이지 않자 또한 가까이 있는 바위에 올랐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일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이미 그곳에서 왕이 되어있던 연오는 반가이 세오를 맞이하였고, 길쌈이 뛰어난 세오를 맞이한 그곳 사람들은 세오를 귀비(貴妃)로 대접합니다.

따라서 연오와 세오는 ‘문명(文明)’ 그 자체를 의인화한 이름으로 보입니다.

또한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태양신화입니다. 그 증거가 우리나라 지명(地名)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는데, 이를 두고 일관(日官)은 우리나라에 있던 해와 달의 정기(精氣)가 바다를 건너 가버려서 생긴 괴변이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신라에서는 두 사람을 찾아오려고 일본으로 사자(使者)를 보내었는데, 이에 연오는 세오가 짠 고운 비단을 주며 이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드리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신라의 왕은 그 비단을 국보로 삼고 정성껏 하늘에 제사를 지내었더니 다시 해와 달이 빛을 뿜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때 제사를 지내며 해를 맞이하였다 하여 영일현(迎日縣)이라고 하였고, 제를 올리고 기도를 한 곳이라 하여 도기야(都祈野)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 연못을 해와 달이 돌아온 곳이라 하여 일월지(日月池)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설화는 태양과 달의 조화가 이 세상을 온전하게 지탱하게 해준다고 보고 있으므로 분명한 태양신화인 것입니다.

이 설화는 해와 달 등 자연의 조화로운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가와 함께, 이곳이 문명의 전래지역이었으며, 사자(使者)를 보내어 어려운 문제를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소통의 중요성, 고운 베를 제물(祭物)로 보낸 것으로 보아 길쌈 등 생산의 중요성, 엄숙한 제사를 올렸다는 점에서 지극한 정성의 중요성, 태양 속의 검은 무늬에서 태양조(太陽鳥)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깊은 상상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설화의 내용을 지금까지도 지명(地名)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높은 문화 보존의 태도 등도 함께 느끼게 해줍니다,

이처럼 귀중한 문화유산 속에서도 새(鳥)가 등장하고, 그 새가 고금의 역사와 문화를 오늘날과 연결해주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사물을 허투루 보지 말고 그 관점을 깊이 또한 넓게 가져야 함을 느끼게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