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를 막는 교육혁신
학령인구 감소를 막는 교육혁신
  • 승인 2021.12.23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경북대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대학 전체 등록자 수가 전체 대학 입학 정원의 91.4%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수험생 수가 대입 정원보다 적은 '데드 크로스'가 올해부터 나타난 셈이다. 정원을 절반도 못 채운 대학도 작년 12개교에서 27개교로 늘었단다. 미충원 대학의 75%가 비수도권 일반대학, 59.6%가 전문대이라는 점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농어촌지역에서도 더욱 뚜렷하다. 올해 충청북도 보은, 옥천, 영동의 경우 지역 내 모든 특성화고는 물론, 일반고에서도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원이 미달되었다. 직업계고 미달은 이미 전국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정책의 과제를 발표하였다. 재정지원을 받기 원하는 대학은 자율혁신 계획을 제출하여야 하는데 적정규모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여야 한다. 재정지원이 대학 정원감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학교별로 정원 규모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 지원도 끊기게 되기에, 결국 각 대학은 필수적으로 정원감축을 시행해야 한다. 정원 감소는 결국 수입 감소이기 때문에, 이후 현재까지 십여 년 간 동결되다시피 한 등록금 인상 역시 정책의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각 대학마다 정원 감축에 대하여 반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 문제는 어느 대학이나 맞닥뜨릴 필연임을 모두 알고 있다.

학생 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지역으로 갈수록 다각적이고, 포괄적이다. 각 교육청은 그 나름대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마을 공동재산으로 집을 지어 제공하기도 하고, 장학금을 지급하고, 창업지원 공간도 만드는 등 학생과 학부모를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농촌유학도 활발하다. 학업의 부담이 다소 적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특정 유학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자매결연을 맺은 시골의 학교를 체험하고 돌아가는 도시 아이들도 많다.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의 농촌유학 협약은 교육청 단위에서의 개선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작은 학교는 어학연수 제공, 환경 친화 시설 구축 등 학교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대구만 해도 가창초에서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수업,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의 전략으로 폐교의 위기를 이겨낸 바 있다. 올해 개교한 팔공초중학교와 같이 통합운영학교를 통하여 학교자원 운용의 경제성 및 교육과정 운영의 효율성, 효과성을 고려할 수도 있다. 경북교육청의 경우 초?중학교가 공동 교육과정을 통하여 행사를 같이 운영하는 것을 넘어서서 더욱 깊이 있는 통합교육의 방향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현재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의 하나다.

사실 단순히 단위학교의 학생 숫자를 불리는 것은 '급한 대로 저쪽 학교의 학생을 이쪽으로 떼 오는 것'에 불과하기에, 근본적인 인구절벽을 해결은 아니다. 이쪽 학교 학생의 증가는 저쪽 학교 학생의 감소이기 때문이다. 단위학교나 단위교육청 내의 학생 유치 정책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식의 일시적 정책만 낳는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의 학생 늘리기에 급급해왔다면, 이제는 인구 문제를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는 교육만의 시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은 올해 말까지 0.18%의 인구 감소를 예견하였다. 이미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한 장기적 인구문제에 맞닥뜨린 상태이며, 노동력의 고령화 등으로 보건 등 지출은 많아지고 있다. 정부가 10년 간 200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각종 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난항중이다. 사교육, 불투명한 미래 등 포괄적인 의미에서 교육은 저출산의 큰 원인 중 하나다. 정부의 인구정책에서 앞으로 교육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은 입시, 경쟁 등 한국교육의 문제를 되짚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서 각 대학에 요구한 교육혁신은 사실상 한국교육 전반에서 필요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학교는 마을공동체의 중심이라는 거다. 특히 작은 마을의 경우, 학교의 의미는 훨씬 크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있다'는 것은 그 가족이 생산과 소비를 하는 곳이 유지될 수 있음을 함의하고, 생산과 소비와 관련된 사람들이 마을에서 자신의 활동을 잇게 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교육받는 곳이 줄어든 것 이상을 뜻한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인구문제의 해결에 교육이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교육 영역을 넘어선 정부 단위의, 혹은 범정부적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