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된 총잡이와 법조윤리
고용된 총잡이와 법조윤리
  • 승인 2021.12.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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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후보가 조카가 사귀던 여자와 어머니를 37차례나 찔러 살해하고 아버지마저 노렸던 잔혹한 모녀 살인에 대하여 가족으로서 변호활동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감형을 위하여 심신미약을 주장한 것과 관련하여 많은 비난을 받았다.

흉악범, 파렴치범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법률적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헌법 및 형사소송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 변호사의 사명이며, 변호사윤리장전에는 사건 내용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라는 사유로 수임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법관이 여론으로부터 독립하여 재판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변호사 역시 사회적 비판 및 여론에서 독립하여 변호사의 사명을 수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흉악범을 변호하고 그 감형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변호사로서 문제될 것은 없다. 상대방 예비후보였던 홍준표 역시 “변호사는 고용된 총잡이에 불과한데 살인범을 변호했다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하였다. 대한변협도 “만일 변호인이 흉악범을 변론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게 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이 무력화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관습적으로 자리 잡게 돼 결국 법치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고 언급하였고, 많은 변호사들도 “변호사가 사회적 시선과 여론의 압박 때문에 의뢰인을 가리게 되면 전문가인 검사와 싸워야 하는 피고인에게 ‘무기 대등의 원칙’을 보장하는 변호인 제도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단순히 이후보가 흉악범을 변론하였다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됨을 염려하고 있다. 만일 흉악범이라는 이유 또는 피고인이 강력히 심신미약 상황임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사회적 비난 염려 등을 이유로 변론 등을 포기한다면 실제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되었거나 또는 심신미약상태였다면 결국 억울한 형벌을 받는 것이 될 것이다. '열사람의 범인을 놓쳐도 한 사람의 억울한 범인을 만들지 마라'라는 법 격언이 공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를 의뢰인을 위한 ‘고용된 총잡이’라는 매우 저속한 표현조차 있으나 형사 사건의 변호인의 역할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의뢰인의 방어권 보장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의뢰인과 공모하여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변호할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변호사에게 ‘사실은 내가 사람을 죽였고, 시체는 어디에 있다, 그렇지만 무죄를 주장하여 달라’라고 의뢰하였을 경우 변호사는 공익차원에서 시신의 위치를 공개하여 범인이 처벌되도록 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인을 위하여 계속 무죄 주장을 하여야 하는가, 또는 위 내용을 비밀에 붙이고 사임하여야하는가가 법조윤리의 단골문제로 등장한다. 변호사는 의뢰인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는 점, 의뢰인은 변호사를 신뢰하여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말하였고 변호인의 지위가 아니었다면 범인이 시신의 위치를 말할 이유가 없었던 점에서 아무리 공익차원이라도 시신의 위치 및 유죄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을 하여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아니지만 과거 어느 검사가 법정에서 범인에 대하여 무죄 구형하여 마치 정의를 실천하는 용감한 검사인 것처럼 언론에 회자되었다. 죄가 없다면 당연히 공소취소(재판 자체를 받지 않도록 조치하여 즉시 재판을 종결시키는 것)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함에도 매우 이례적으로 무죄 구형을 하였다는 점에서 스스로 언론의 조명을 받는 스타 검사로 보여지고 싶은 행동으로 오해될 수도 있고, 법조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지금은 스타검사가 되었다.

이제 변호사인 대통령 후보로 평가하여 보자.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 앞에서 자신의 전 생애를 평가받고 나아가 가족의 행동까지 후보자의 책임으로 평가받게 된다. 즉 대통령 후보는 변호사로서 평가받은 것이 아니므로 과거 변호사로서의 행동이 법조윤리에 적합하여도 대통령 후보의 지위에 있는 한 여론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 선거란 ‘나쁜 놈 중에 덜 나쁜 놈을 선택하는 것, 나쁜 놈들만 출마하였다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가장 나쁜 놈이 당선될 수 있는 절차’라는 말이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통령 후보 중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모든 국민들은 두 눈을 부릅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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