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꽃잎 틔우고도
봄조차 허기진 밤
먼
소식처럼 기별도 없이
허공 한 켠에 꽃망울 촘촘히
봄앓이의 신열이 애처롭다
그대 봄 마중은
꽃잎마다 춘색인데
봄은 정녕 기척도 없이
응얼거린 바람소리에 파르르 떨고 있구나
새벽달
차오른 그믐밤
먹구름처럼 물들어 살다가
봄 마중
한사코 가난한 땅에
햇살 따스히 내려 안기면
네 봄 길의 허기를 채워야지
우뚝 선
월계관를 사푼사푼 내리며
이루지 못한 사랑 그래도 설레었다고
신축년 올 봄도…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 부문 신인상,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여리고도 강인한 목련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의연한 속내까지 그려낸 시인의 시심이 넓다. 순백의 목련이 어떻게 바람소리를 이겨내는지, 봄밤의 먹구름 낀 새벽을 지나면서 물들 뻔한 순간을 벗어나는 것도 알아버린 시인은 어쩌면 해마다 목련을 보고 또 보면서 연작시를 그려낼 것 같다. 쉼 없이 반복되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목련이 갖는 서정성과 시인의 감성은 궁합이 아주 좋은 모양이므로.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