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더 나은지 오직 신만이 안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오직 신만이 안다
  • 채영택
  • 승인 2021.12.27 2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중가수 나훈아가 ‘테스형’이라는 노래를 불러 난데없이 소크라테스가 대중들에게 ‘반짝’ 스타처럼 다가왔다. 나훈아가 아니어도 소크라테스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철학자로 우리에게 ‘공자’ ‘맹자’만큼 친숙한 이름이다. ‘너 자신을 알라.’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악법도 법이다.’ 등의 유명한 어록과 그의 처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로 시대를 거슬러 지금도 회자 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석수장이 아버지와 산파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생 직업을 가져본 일이 없는 백수에 아테네에서 알아주는 못생긴 사나이, 작은 키에 볼록한 아랫배, 머리는 벗어지고 주먹코에 툭 튀어나온 눈을 가졌다. 그런데도 많은 미소년과 당시 최고의 유명인사들이 줄지어 제자로 따라다녔다고 하니 그의 지적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를 가늠케 한다. 이 거리의 철학자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고발되어 처음으로 선 법정에서 마지막이 된 자기 변론을 남기고 독약을 마시게 된다. 그의 법정 변론의 재현을 제자인 플라톤이 정리하여 책으로 만들었는데 바로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소크라테스가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혀 사형의 위기에 처하자 그의 절친 크리톤은 간수를 매수해 놓고 탈옥하기를 적극 권한다. (당시 아테네 정치범들은 진짜로 처형되는 경우가 드물었고 국외로 도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롭지 못한 선택보다는 잘못된 판결이지만 법을 따르기로 하여 그 유명한 ‘악법도 법이다’라는 정의를 남긴다. 다행히 그의 처형은 국가 행사와 겹쳐 열흘 가까이나 늦춰졌고, 간수를 매수해 둔 덕분으로 여러 날 친구들과 함께 아침부터 저녁까지 감옥에서 깊은 철학적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하늘이 진리의 순교자를 좀 더 세상에 머물게 한 시간이었다. 굳이 죽을 필요가 없었던 만큼 소크라테스의 선택은 오직 진리를 찾기 위해 진실되고자 했던 자신의 증명이기도 했다.

불현듯 ‘안중근’이 떠오른다. 하얼빈역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체포된 안중근은 법정에서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 아니라, 이토히로부미가 조선과 동양 평화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열다섯가지 이유를 당당히 밝힌다. 일본 검찰관과 간수들도 안중근의 학식과 죽음을 각오한 애국심에 감동하여 뤼순감옥에서 특별대우를 했다. 덕분에 사형선고를 받고도 230여편의 붓글씨와 글을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사치와 향락, 교만에 빠진 조국 아테네를 일깨우기 위해 스스로 사명감을 지고 국가를 위해 나섰다. 소피스트가 고액과외로 돈을 벌고 궤변을 연구하던 그때, 그는 참된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자였고,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 거리에서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안중근은 안으로는 매관매직에 온갖 부정부패, 밖으로는 강대국들의 외압으로 위태로웠던 나라의 운명을 걱정했다. 학교를 세워 청년들에게 신교육을 시켰고, 의병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왼쪽 약지를 잘라 스스로 인간 병기가 되어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것을 맹세했다.

어제는 정의를 외치다가 오늘은 나의 이익에 따라 마음이 변할 수 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차라리 배부른 돼지가 되길 택하고, 배부른 돼지로 살면서 또 괴로워한다. 고대에도 지금도 인간은 고독하고, 흔들리고, 선과 악의 사이에 갈등하고 어느 쪽이 더 나을지 고민한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오직 신만이 안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두 사람은 분명 보통사람보다 더 나은 삶을 택하고 사라졌다. 신이라면 택했을 그 길이다.



윤미경 문화교육창작소봄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