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권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어요”
교통약자 이동권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어요”
  • 승인 2021.12.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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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환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장
국토교통부에서 ‘2020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결과에 따르면 2020년 9개 도 지역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의 기준적합 설치율은 72.1%이며, 교통수단은 76.5%, 여객시설은 74.0%, 보행환경은 65.9%로 나타났다. 정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에 따라 교통약자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 등을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 승강장비, 점자블록 등 이동편의시설의 기준 적합률 조사 결과 9개 도 평균 기준 접합률은 72.1%로 나타났으며 지난 조사(2018년) 대비 2.1%포인트(p) 상승했다. 기준 적합률은 교통약자법이 규정한 이동편의시설 설치 기준이 얼마나 제대로 반영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며, 100%가 안 되면 기준대로 설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교통수단별 기준적합 설치율을 보면, 버스차량 88.4%,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 86.6%, 항공기 73.7%, 여객선은 35.4%로 나타났으며 철도차량이 98.6%로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교통수단별로 봤을 때, 버스가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버스 차량의 운행계통별 기준적합 설치현황을 봤을 때 시내버스가 91.7%로 가장 높은 적합률을 보였고, 고속·시외버스가 59.4%로 가장 낮은 기준 적합률을 보였다.

지역 내 이동에서 국민의 발이 되어주는 교통수단인 시내버스의 기준적합 설치율은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이는 일반 버스와 저상버스를 포함한 수치이다. 일반 버스의 기준적합 설치율은 85.8%, 저상버스는 92.5%로, 저상버스의 기준적합 설치율이 높게 나타났다. 저상버스의 기준적합 설치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저상버스의 수가 일반 버스 수에 비해 적어 휠체어를 타거나 일반 버스 승하차가 어려운 사람은 오랜 시간을 기다리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버스 기준적합 설치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버스정류장 및 주변 보행환경의 기준적합 설치율은 각각 34.6%와 65.9%로 조사되었다. 버스정류장의 경우 점형 블록, 선형 블록, 안내판 점자 및 음성안내의 기준적합 설치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한 것인데, 설치율이 10%대로 매우 낮은데다가 기준에 못 미치는 곳이 많아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보행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별 것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애인을 포함한 수많은 교통약자들은 그런 작은 것에서 불편함과 안전에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점형 블록 및 선형 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이 보행하거나 길을 건널 때 안내를 해주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미설치되어있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아직 많은 상황이다. 횡단보도 앞 턱 또한 많은 불편함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휠체어 접근성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횡단보도 앞 턱이 높아 이동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최근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교통약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또는 노인은 계단이 있는 기존 일반 버스의 승하차가 매우 불편하다. 저상버스는 기존의 버스와 유사하지만 출입구에 계단이 없어 교통약자들이 쉽게 승하차가 가능하며, 현재 저상버스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한 이용자 수의 증가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저상버스는 도심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마을버스는 저상버스가 없어 점차 보급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정확한 보급 계획이 세워져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별로 여건에 맞는 저상버스가 빨리 도입되어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미흡한 사항은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고,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과 정책의 지원과 같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동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수치에 편중된 조사결과보다 누구라도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이동편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교통약자를 위한 복지가 될 것이다. 모두가 불편함 없이 언제든 편안하게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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