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백신, 매호초 손순희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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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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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커넬글로벌대학원교수 시낭송PD·문학박사
“새해에는 복 많이 짓는 한 해 되시길!”

지인으로부터 받은 새해 인사 중 하나이다. 복은 받기도 하고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짓는 것이기도 하다. ‘복을 주고 받는 일’은 ‘개인과 개인’의 일상에 그칠 수 있지만 ‘짓는 것’은 그 범위를 넘어선다. 타동사인 ‘짓다’는 ‘생각이나 재료를 들여 무엇을 만들다’는 의미를 품고 있으며, 지어, 지으니, 짓고, 짓는, 지을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생각을 쓰거나 들여서 지으면 이름이 되고 시와 노래가 되고, 말씀과 역사가 된다. 재료를 들여서 지으면 옷과 밥이 되고, 약, 책, 농사, 그림, 자동차, 집, 우주선, 도서관 등 엄청나게 많은 것을 지을 수 있다. 이처럼 복을 지어 놓으면 많은 사람이, 부르고, 입고, 먹고, 살고, 꿈을 꾸게 된다. “새해에는 복 많이 지으라”는 설빔축을 받고, 내게로 오실 365일을 설레며 기다리기로 한다.

새해 아침, 재료 창고가 빈약한 까닭으로 먼저 눈과 생각을 말갛게 씻고 있는데, 어디서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이고, 내가 방금 들어와 힘이 좀 남아도는데 등 좀 밀어드릴까요?” 넉살 좋고 시원스런 손선생의 말이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때밀이 수건을 손바닥에 끼운 그녀의 발검음이 닿은 곳은 한 어르신 등 뒤다. 깡마르고 허리가 휜 어르신은 손닿지 않는 등을 용을 쓰며 긁다가 놀라서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다. “어르신, 내가 힘이 좀 남아돌아서 등 좀 밀어드릴까 합니다.”, 어르신은 고분고분하게 등을 맡겼고 그녀의 손은 등판 여기저기를 분주히 날아 다녔다. “어르신, 미는 사람 재미있으라고 등을 잘 불까 두셨네요. 고맙습니대이.”, “때가 많지요. 미안함미대이.”, “무슨 말씀을요. 이런 때도 없는 사람이 어딨습니꺼.” 그들의 이야기와 때 씻는 물소리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잠시 후, 또 그녀 목소리 들렸다. “우리 집 냉장고에 유통기한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싸 가지고 왔습니다.” 그녀가 돌리는 요거트를 한 개씩 받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자리에서 물소리가 나고 비누거품이 번지자 옆에 앉은 사람이 말을 건넨다. “어요, 내가 등 밀어주까?”, 즐거운 세신사로 변모할 줄 알았던 그녀는 “무슨 소리, 나도 내 때한테 염치가 있지. 좀 불까야 안 되겠습니꺼.” 여기저기서 박장대소가 터져 나온다. 받는 사람 민망하지 않게, 주는 사람 신나게 손 내밀어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재치있게 거절할 줄 아는 그녀의 화법은 놀라웠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 발길이 드물고, 옆 사람과 눈길 주고받기를 꺼리는 것은 대중탕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불편 정도는 스스로 감내하는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도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손길을 만나면 반갑고 고맙다. 새해 첫날, 내가 만난 손선생님의 모습은 비록 대중탕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그녀를 만나는 동료들은 환했고, 아이들은 신이 났고, 이웃들은 즐거웠다. 복 짓는 일은 그렇게 시작은 별 것 아닌듯해 보이지만 물길처럼 번져가면서 주변을 적신다. 그 물길을 만난 한 톨의 씨앗은 새싹이 돋고 줄기를 뻗어 열매를 맺고, 세상 여기저기로 퍼져나가 새로운 길을 짓는 행복 백신이 될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를 갈망하고, 리더십에 대한 찬반이 대화의 주류를 이루기도 한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과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인생의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하면 미국과 한국에서의 1위는 요지부동 링컨이다.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에서 미국 제16대 대통령에 오른 그의 삶은 고난과 환란을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간 거대한 파노라마였다. 링컨이 남긴 어록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책을 한 권 선물하는 사람”, “우리 앞에는 불행과 행복의 두 갈래 길이 항상 놓여 있다. 우리는 매일 두 길 중에 한 길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를 곱씹으며 읽는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코로나 위기로 고립과 절망의 공간에 던져진 유배(流配)의 신세가 돼서야 깨닫는다. 작은 기쁨을 발견할 줄 아는 자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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