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선택
전략적 선택
  • 승인 2022.01.04 2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략적 선택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한 집단에 있어서 어떤 행동의 결과는 게임에서처럼 자신의 선택과 기회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이 하는 선택과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도록 분석하는 수리적 접근법을 게임이론이라 한다. 게임이론은 1944년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공저『게임의 이론과 경제행동』의 출판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확산되지는 못했다. 그후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랜드 연구소에 근무하던 내쉬 등 일련의 연구자들이 게임이론의 정교화를 도모하여 오늘날 게임이론의?토대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게임이론은 협력적 게임이론과 비협력적 게임이론으로 구분된다. 협력적 게임이론은 국제무역이나 노사 단체협약 등과 같이 경기자 사이에 자발적으로 구속력 있는 계약에 합의하여 연대가 허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게임에 참가하는 경기자가 합의한 구속력 있는 계약을 위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에 협조적 게임이론은 파기된다. 이 때 합의한 계약을 위반한 경기자는 계약위반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반면 비협력적 게임이론은?죄수의 딜레마 처럼 경기자들 사이에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연대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이다. 비협력적 게임이론에서는 게임의 규칙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구속력 있는 계약의 체결은 가능하나 이를 위반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자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이유는 자기 구속적 행동이 자신의 이익과 부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협력적 게임이론의 초점은 경기자의 자기 구속적 행동이 무엇이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20대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잡음과 주변 인물들의 문제로 인해 당내 반발과 후보자 교체론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게임이론이 연상된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라는 지지자들의 염원을 목전에 두고 이준석 당대표는 선대위 사퇴로 반발하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본부장단 사퇴를 포함한 선대위의 전면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경선에서 2위로 탈락한 홍준표 의원은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 게시판에서 "아직도 윤석열이 완주할 거라고 보시는가."라는 한 누리꾼의 질의에 대해 "글쎄요"라고 답하면서 남의 당 후보의 얘기처럼 하고 있다.

여야 모두 불거져 나온 당 내홍의 표면적인 이유는 후보자 본인과 그 주변의 의혹 그 이면에는 권력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왜냐하면 지난 경선에서 2등으로 낙선한 이낙연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경우도 본인과 그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 현미경으로 검증하게 되면 성격은 다를 수 있지만 무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내에 퍼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의 근원은 결국 3월 9일 대선에 이어 6월 1일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에 벌어지고 있는 샅바싸움이 아닐까 한다. 여야 지지자들의 최대 관심은 대선 승리를 바탕으로 곧이어 치러지는 지방동시선거에서 압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정치인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경선에서 흔히들 말하는 줄서기에 성공한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곧 정치적 영향력 향상과 공천으로 귀결된다는 등식에 따라 충성 경쟁을 한다. 흔히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지칭되는 인사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와 그 지지자들은 대선 승리 보다는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살려 정치적으로 회생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따라서 이들의 전략적 선택은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공천을 받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대선 승리에는 일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야당의 정치 현황을 살펴보면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야당 지지자들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후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으로 지지하지만, 야당 정치인들은 대선보다는 오히려 지방선거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어 결국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소탐대실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치에 대해, 그리고 정치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더 좋은 정당과 더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덜 나쁜 정당과 덜 나쁜 후보를 뽑는 선거가 된다. 지난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갖고 있는 이기심에 의한 전략적 선택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당근도 있지만, 유권자의 회초리가 아닐까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