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리스크’, 정권교체에 찬물 끼얹나?
‘이준석 리스크’, 정권교체에 찬물 끼얹나?
  • 승인 2022.01.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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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관련 직책을 내려놓았다. 3류 코미디도 아니고, 이를 보는 국민이 낯뜨겁다. 한때 이 대표의 등장은 한국 정치에 신선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젊은 정치인이 낡은 정치의 흙탕물에 흠뻑 젖어있을 줄이야. 한마디로 기득권 정치의 나쁜 점만 골라 답습한 모양새다. 야당 대표라면 응당 정권 획득이 책무이다. 후보를 앞세우고 뒤에서 궂은일을 떠맡으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진력해야 맞다.

그런데 이 대표의 오만과 치기(稚氣)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대표가 윤석열 후보보다 앞에 나서려고 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친다. 인터뷰, SNS(사회적 통신망)를 가리지 않고 의견을 쏟아낸다. 윤 후보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언행도 절제 없이 내뱉기 일쑤다. 당 대표라면 외부로 노출할 것과 내부의 문제조정을 거쳐야 하는 것을 선별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일단 언론에 던져보는 스타일이다.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것은 물론이다. 도대체 진중한 모습이 없다.

이 대표의 잠행도 그렇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호남 동행에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불만을 공개 토로했다. 그리고 “윤 후보 측근에 있는 핵심 관계자들이 전횡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윤핵관’을 거론하며 공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대선 D-100일 SNS에 “여기까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행해버렸다.

세상에 당 대표가 몇몇 초선의원들과 대낮에 ‘소주 폭탄주’를 마시고 시쳇말로 ‘잠수’를 탈 수 있을까?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위험)’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국민의힘이 난리가 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젊은 당 대표가 없어졌으니 이보다 큰일이 어디 있겠는가. 순천과 부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또 행방을 감췄다. 그 바쁜 윤 후보가 부랴부랴 울산에 내려가 어깨동무를 했다. 때마침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수락으로 극적인 봉합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런데 어설프게 봉합한 실밥이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 선대위 회의 도중 조수진 공보단장이 이 대표에게 “윤 후보의 지시만 받겠다”는 말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대표는 “조 단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직을 내려놓겠다”했고, 조 단장이 사퇴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선대위직’을 사퇴했다.

참 한심하다. 당 대표가 선대위에 문제가 있으면 후보와 담판 지어야 옳다. 걸핏하면 쪼르르 언론 인터뷰부터 해댄다. 게다가 내려놓으면 다 내려놓을 일이지, 당 대표직은 꼭 붙잡고 있다. 시쳇말로 “쪽팔린다.” 대선이 두 달여 남은 시점에서 당 대표가 선거를 방기(放棄)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재미만 보겠다는 뜻일까? 그는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대표가 자기정치 해야죠”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천시험’까지 도입하겠다던 이 대표는 어디 가고, 노회한 구태 정치인의 ‘되돌이표’가 되려 하는가.

문득 이 대표가 대표 되기 전 친구들과의 영상이 떠오른다.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대표로 나설 것이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 했던 녹화물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되었으면 공인으로서 처신해야 한다. 이 말 때문에라도 언행을 더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거친 언행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재명 후보는 영화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이고, 윤 후보는 ‘고담시 경찰국장’”이라고 혹평했다. Jtbc 백 브리핑에서는 “윤 후보보다 내가 대통령 되는 게 좋죠”라 할 정도다. 대선이 코앞에 닥쳤는데 선대위를 뛰쳐나와 후보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 당 대표의 자세인가. 후보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바지춤을 잡아당기는 격이다. 시중에는 “이 대표가 과연 국민의힘 대표가 맞느냐”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준석 리스크가 회자(膾炙) 되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국힘 초선의원들이 집단으로 성토하고 나섰을까?

이 대표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구실을 붙이지 말고 바로 선대위에 동참해야 한다. 이도 실기(失機)하면 미래가 없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대선 플랫폼으로 만들어 정권교체를 이루어내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는게 순리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좌·우 진영 간의 싸움으로 치닫고 있고, 누가 20~30대와 무당파, 중도층, 수도권 유권자를 잡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이 대표가 이들의 지지를 견인하여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이제 이 대표의 선택지는 딱 두 장이다. 윤 후보를 도와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가? 선거패배를 하더라도 지방선거 공천권에 입맛을 다실 것인가? 후자는 공멸일 뿐이다. 정권교체에 찬물을 끼얹는 이준석 리스크. 국민이 더 조마조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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