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라져 자는 잠결에 아침보다 먼저 찾아와
비 오는 날 괜히 날 창밖으로 데려가서
그대 숨어있는 은설* 앞에 세워놓고
계절의 표정은 다가오는 대로 맞이하고
순간은 묶어 영원으로 환치 하자고
몰래 수북이 자란 이야기는
바람에 날려가 산화 되었다
연잎위에 구르는 물방울도 그대이고
금호강가 조심히 걷는 왜가리도 그대인데
쓸쓸만 다독여놓고 홀연히 가버린 사람
아침을 환히 전파했던 날 들
몰래 행복했던 고마운 시련
이 강물이
저 성당이
그 폐교가 온통 어른거리는 그대인 것을
*흰 꽃을 피우는 난 종류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만물에는 그림자 없는 것이 없다. 그런데 화자의 마음에는 짙은 그림자가 또 한 번 드리워져 있다. 그런 이유로 밤부터 아침까지 사물의 모든 것을 짚어보면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고독하기가 그지없는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어느 한 날 조용히 조우하는 기적을 만들어 주고 싶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