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우리는 왜 세계정치를 알아야 하는가?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우리는 왜 세계정치를 알아야 하는가?
  • 승인 2022.01.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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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위대한 학자들 사이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내 일생을 바치겠다.”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세계정치의 현상을 볼 때 항상 왜, why라는 질문을 하여야 한다. 지금이 미국의 지배시대라면 왜 그런가? 중국이 앞으로 세계 제1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이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역시 why이다.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 질문 하나는 세계정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상은 누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가?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이며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국제정치학이다.

1978년 집권한 덩샤오핑은 밤새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중국은 1800년대 초까지 세계 GDP 35%를 차지한 세계 1위 국가였고 1700년대 유럽에서는 중국만큼만 잘 살자는 말이 유행어였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편전쟁(1839-41) 이후 중국은 아시아의 병자(환자)가 되었고 헤겔이 말하는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정체된 국가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거지가 많은 국가로 전락했다. 덩샤오핑의 해답은 중국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산당의 붕괴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구하기(Save China) 위한 덩샤오핑의 전략적 처방책은 개방정책이었고 오늘의 부자국가 중국을 만들어냈다.

역사적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지 못해 국가의 명운이 바뀐 대표적 사례는 1793년 영국의 무역사절단 매카트니경의 중국의 황제 건륭제와의 만남이다. 마차, 천체망원경, 방적기, 시계 등을 가지고 무역을 원했던 영국은 건륭제로부터 모욕적 꾸짖음을 당하고 쫓겨난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너의 왕에게 전해라. 우리나라는 없는 것이 없다. 너희들 공산품에 하등의 가치를 두지 않는다. 너의 왕에게 사해를 관장하는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라고 전해라.” 중화사상에 젖은 중국 황제는 세상은 이미 산업혁명을 거쳐 영국의 세상으로 바뀌고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 아편전쟁 때 철선이자 증기선인 영국해군의 네메시스 2척은 목선이자 범선인 중국 해군함정 27척을 중국 앞바다에 수장시켰다.

아편전쟁은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고 두 가지의 국제정치학적 의미가 있다. 하나는 중국군대보다 세상에는 더 강한 군대가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중화사상의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중국에서는 작동될 수 없었다. 중국의 국토는 영국을 비롯한 열강들에게 모두 뺏기는 모욕과 치욕의 역사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중국은 바다를 무시하고 포기함으로써 바다의 지배를 빼앗기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몰랐던 대가를 혹독히 치른 것이다.

세계정치에 있어서 신기술은 우리 인류의 삶을 바꾸고 세상변화의 원동력이 되며 누가 세계를 지배할지를 결정짓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중남미를 정복하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총과 대포 때문이다. 화약은 11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져 처음에는 주로 불꽃축제에 사용되었다. 총은 1368년 주원장이 중국에서 몽고군을 몰아낼 때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조잡했으나 40년 뒤에는 유럽으로 건너가 정교한 총으로 탈바꿈했다. 스페인 장군 피사로는 총과 대포로 무장한 180명의 군대를 가지고 평균인보다 혈액이 2L 많고 폐활량이 3배인 용감한 잉카국민 2천만과 황제 직속군인 5만을 거느린 잉카황제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잉카황제는 말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백마를 탄 피사로가 태양신이 내려온 줄 알았다고 한다. 총은 화살보다 7배 빠르며 어떠한 화살도 총을 이길 수는 없다. 황금의 제국 잉카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물 안 개구리로 있다가 얼마나 많은 국가가 사라지고 망했는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버섯은 초하루와 그믐을 알지 못하고 여름 여치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개인, 회사, 국가는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처럼 멸종할 수 있고 이것이 우리가 세계정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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