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혁신경영 = 위기 속의 기회 찾기
[박명호 경영칼럼] 혁신경영 = 위기 속의 기회 찾기
  • 승인 2022.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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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대변혁, 위기극복, 도전, 개척, 도약, 혁신, 가능성, 변신, 전사적 협력, 실천, 역량설계, 디지털화, ESG경영, 고객경험’

이들은 임인년(壬寅年) 새해에 주요 대기업 CEO들이 신년사에서 밝힌 화두다. 요약하자면 ‘위기 속의 새로운 가능성 찾기’다. 냉엄한 현실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신기술을 활용하는 혁신경영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제조, 유통, 금융 등 여러 산업의 CEO들은 온·오프라인의 통합과 디지털을 비롯한 다양한 신기술의 활용을 새해 경영전략으로 제시한다. CJ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과감한 연구개발과 첨단기술의 확보를 강조했다. 신세계는 ‘디지털 피보팅’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오프라인 역량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산업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LS도 기존 주력사업과 미래 신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천명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한다.

경제의 미래는 기술이 핵심이고, 삶의 질도 기술이 좌우한다. 소위 기술경제시대다. 기업 경영의 성패도 당연히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결정짓는다. 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새로운 시장이 보이고 나아가 매출과 수익도 좋아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스마트폰과 PC 등 정보기술 제품의 약진으로 올해는 매출액 300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제조업체 가운데 300조 매출을 넘긴 곳은 폭스바겐, 토요타, 애플 정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톱10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기술을 네 가지로 범주로 구분했다. 먼저 우리의 체력, 민첩성 또는 복원력을 키워주는 기술이다. 쟁기, 바늘, 전투기 등이다. 다음으로 현미경, 확대경 등과 같이 우리의 감각을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또, 저수지, 피임약, 유전자 변형기술 등 우리가 필요나 욕망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자연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 기술이다. 끝으로, 지도와 시계 같은 ‘지적기술’이 있다.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지원하는데 사용되는 모든 도구들, 예컨대 정보·통신기술(ICT)이 여기에 속한다.

바야흐로 ‘테크노피아(technopia)’가 도래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복지를 책임지는 이상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기술은 우리의 생각과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특히, 지적기술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만들어내고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만 국한되어 있던 사고방식을 대중에게 확산시켰다. 예컨대, 지적기술이 만든 가상공간은 소비문화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보를 수집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혼성소비자(hybrid consumer)’들이 소비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들은 이미 시장에 나온 상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지적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개인화되고 맞춤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렇듯 혁신적 기술은 기업으로 하여금 종래의 경영방식으로는 생존하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당연히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은 지속적인 경영혁신뿐이다. 혁신을 통해 얻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기업 목적을 성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달, 제조, 품질, 마케팅을 비롯한 경영전반에 걸쳐 끊임없는 혁신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혁신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혁신의 의미를 바로 알아야 한다. 혁신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고 서두칠 회장은 혁신은 반드시 ‘가죽을 벗기는 아픔’을 동반한다고 말한다. 문자 그대로 새 가죽으로 거듭나야하기 때문이다. 살갗을 벗기면 모세혈관이 터지고 살점이 떨어져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물면 정상적인 새 살갗, ‘뉴 스킨(new skin)’이 된다. 이와 함께 조직구성원들이 위기를 실감하고 혁신의 당위성에 공감해야만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미국 하버드대 존 코터(John Kotter) 교수도 “혁신이 계속 이루어지려면 위기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성원들이 기업이 직면한 위기를 공감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실패와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통을 감내할 때, 비로소 혁신의 열매가 맺힌다.

새로워지려면 당연히 사람부터 바뀌어야 한다. 말로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오죽하면 변혁과 실천의 다짐이 지도자들의 신년사에 매년 빠짐없이 등장하겠는가. 평온한 바다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위기를 혁신으로 돌파할 수 있어야 진정 유능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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