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잔치는 끝났다!
세금 잔치는 끝났다!
  • 승인 2022.01.1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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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효성병원 소아청소년과·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하 이 후보)가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때아닌 ‘탈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탈모인들 사이에서 많은 호응과 함께 ‘이재명은 뽑지 않고 심는다’는 문구가 일종의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이나 사진)처럼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필수의료(생명과 직결된)가 아닌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옳지 않으며, 보험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 후보 측은 구체적인 비용 추산치(1,000억 원 이내)를 제시하고,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크지 않은 비용이라며 이를 반박했다.

국민의 아픈 곳을 헤아리고 해결해 주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는 점에서 이 공약은 얼핏 보기에 너무나 매력적이고 환영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살피고 있는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왜냐하면 한정된 재원을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의료보험 재정 현실을 이해한다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 후보 측의 주장대로 재정이 적게(?) 드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이런 지출들이 쌓이고, 수요(탈모에 대한)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면 조만간 보험 재정악화가 생길 것이고, 그 결과 재정을 써야 할 곳에는 쓰지 못하거나 적게 투입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시나리오는 현 정부가 보험 재정에 문제없다며 의료계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2017년부터 강행한 ‘문재인 케어’에서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전 흑자를 유지해오던 건강보험 적립금(약 20여 조)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대변되는 포퓰리즘 보건의료 정책(MRI 보험 확대 등)들로 인해 정책 시행 1년 만인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었고, 그 규모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마저도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료를 꾸준히 인상한 것이어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현 의료정책이 유지되고 꾸준한 보험료 상승(연 3% 대)이 있다는 가정 하에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자료(2019년~2028년 8대 사회보험 재정전망, 2019년 11월)에 따르면, 2025년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어(2028년 건강보험 재정수지: ?10조 7천 여억 원), 현 보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조만간 국민들이 보험료 폭탄을 맞을 예정이다.

게다가 최신 항암제 등의 약제들이 꼭 필요하지만 고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암환자들이 재난적인 의료비를 감당하거나, 중환자나 응급환자 진료 등 필수의료 및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공적의료에 대한 투자가 적은 의료현실을 수십 년 간 겪고 있는 의료계의 입장에선 이 후보의 공약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한 것이라 여겨진다. 차라리 이 후보가 공약이행을 위한 조건으로 세금 및 보험료 인상을 제시하거나 안철수 후보처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덜 주는 방법(카피약 가격 인하 등)을 모색하는 진정성 있는 공약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말의 가치와 중요성은 크다. 더군다나 대선후보의 공약은 유권자인 국민에게 하는 공적인 약속으로 투표 시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는 의미에서 그 가치와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또한 공약의 무게만큼 이를 지켜야 하는 책임감도 매우 크다. 이런 점에서 대선후보들은 더 이상 국가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표심 잡기용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정책과 사회구조를 고민하고 만드는 것이 대선후보의 역할이다. 대통령 당선에 급급해 국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잔치를 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필요 없음을 대선후보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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