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만나 행복을 꽃피우는 공간 '금오실크'
행운을 만나 행복을 꽃피우는 공간 '금오실크'
  • 승인 2022.0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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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커넬글로벌대학원교수
시낭송PD·문학박사
행운과 행복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흔히 행운의 상징으로 네잎클로버(Four-Leaf Clover)를 꼽는다. 클로버 종의 학명은 토끼풀(Trifolium repens)이다. 일반적으로 네잎클로버는 세잎클로버가 가득한 풀밭 구석구석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다. 자연 상태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을 확률은 1/10,000로 쉽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찾는 이에게는 행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전설과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에 따르면 네잎클로버가 좋은 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처음으로 가졌던 사람들은 영국 제도(British Isles)와 갈리아(Gaul) 지방의 사제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네잎클로버' 일화는 따로 있다. 프랑스 황제였던 루이 나폴레옹(Louis Napol?on)이 전쟁 중 잠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우연히 발밑에 잎을 내민 네잎클로버를 보고 신기해서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의 목숨을 노린 저격수의 총탄이 머리 위로 날아가 죽음을 모면한다. 이때부터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으로 더욱 사랑받게 되었다.

세잎클로버는 행복의 상징이다. 특별하고, 드문 일이며, 쉽게 찾을 수 없는, 일만 분의 일이라는 확률의 주인공에게만 온다는 행운에 비해, 행복은 순간적이며 주관적이다. 사람의 행복은 돈. 학력, 지능, 성별,나이, 권력, 명예, 물질 등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서 빚어진다. 어느 날, 불평과 불만, 원망과 저주에 휩싸인 한 환자가 의사를 찾아와 진료를 청한다. 정신과 의사 후치다 씨는 환자에게 특효약 처방을 내린다. "하루에 1만 번씩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세요. 감사의 마음이 당신의 병을 치료해줄 것입니다." 이 처방처럼 행복은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행운과 행복은 서로 다른듯하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즐거운 발견'이다. 세상을 향한 '즐거운 호기심', '신선한 발견'과 같은 의지로 충전되어 있을 때,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을 잡을 수 있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 행운을 일상에 곧바로 수용할 수 있으면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행운을 사소한 일처럼 주변과 서로 나누면서 살아간다면 행운과 행복이 절로 들어오는 문 하나를 열어 놓고 사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전통색상은 오방색이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다섯 가지 색실이 잘 어우러진 비단으로 한복을 곱게 지어 좋은 날을 더욱 환하게 만들어준다는 '금오실크'(대봉동)에 설날을 앞두고 행운의 주인공들이 모였다. 이규석, 박기옥 수필가다. 얼마 전 지역에 본거지를 둔 문장작가회(회장, 곽명옥) 임원 이취임식에 초대되었다가 '행운의 한복 선물' 주인공이 된 사람들이다. "반백 년을 훌쩍 뛰어넘은 세월을 살았지만 십 원짜리 동전 하나도 공으로 얻은 적 없는데..." 그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행운'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행운의 증여를 통해 또 하나의 행복을 길어 올리는 장면 목격은 내게로 온 눈호강이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한복을 짓고, 할머니는 애써 어머니께 보시하는 아들 등살에 떠밀려 빨강 비단 저고리를 짓고 있다. 행운을 만난 후 가족과 나누었던, 서로를 향한 배려가 행복으로 꽃피는 순간이다.

우리는 모두 즐겁고 기쁘게 살길 희망한다. 그런 삶은 쉽지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몇 집 건너 한두 가게가 문을 닫는 요즘이다. 주변 풍경만으로도 울이 겹친다. 제법 가게 규모가 큰 '금오실크' 또한 경영 면에서의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견디며, 환한 미소로 고객을 맞이하고, 행운을 선물하고, 행복을 길어 올리는 모습에서 '불확실의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창조적 변신'임을 읽는다. 길이 막히면 돌아서 가야 하고, 기가 막히면 통기(通氣)를 해 흐르게 해야 한다. 큰 돌, 작은 돌, 납작하고 길쭉한 돌, 둥글고 모난 돌들이 모여 받치고 눌러주고, 어깨 걸고 버팅기며 돌탑은 서 있다. 틈과 틈 사이로 바람이 오고 간다. 행복은 모자라고 빈 곳은 채워주고, 무거우면 받쳐주는 그 사이에 살고 있는 것 아닐까. 행운 또한 어쩌면 그 곳으로 찾아갈 것이다. 내가 베풂으로써 그가 행복하고, 서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덩달아 스며드는 행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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