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사퇴보다 사고수습 책임 감당을
정몽규 회장, 사퇴보다 사고수습 책임 감당을
  • 승인 2022.01.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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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 회장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17일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도 언급하면서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맡은 지주사 HDC 그룹 회장직은 유지할 뜻을 표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에서 철거 붕괴사고후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붕괴 사고로 6명이 사망-실종되는 참사를 낳았다. 철거공사와 신축공사가 모두 참사로 이어진 현대산업개발은 총체적 불신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건설업계 퇴출’까지 거론되는 벼랑 끝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구하기 위한 사즉생의 결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물러날 게 아니라 책임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양생 불량 같은 인재 가능성에 맞추고 있다. 아파트 층수를 올릴 때는 보통 2주 정도 콘크리트 굳기를 기다리는데 사고 현장에서는 평균 5.2일 만에 한 층을 올렸다고 한다.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는 현대산업개발의 해명과 전혀 다르다. 최상층 타설 하중이 설계를 초과한 줄도 모르고 지지 기둥을 철거, 아래층이 슬래브가 제대로 굳지 않은 상태에서 무너졌을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편법 재하도급 의혹도 제기되고, 안전관리 미비도 예상된다. 부실공사의 종합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그 자신이 말한 “고객과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시점이다. 그러나 신뢰회복은 회장사퇴에 있지 않다. 사태수습의 책무를 임직원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당해야 옳다. 더욱이 대주주로서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것도 말썽의 소지가 있다. 기업의 이권과 영향력은 그대로 보유한 채 골치 아픈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겠다는 ‘미꾸라지’ 같은 행동이 아닌가.

현지 정서는 사고원인 규명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시점에 회장직 사퇴가 무책임하게 비쳐지고 있다. “물러날 게 아니라 책임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저간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 전 HDC그룹이 재계의 일원으로 존속하길 원한다면 기업 존폐를 걸고 신뢰 회복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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