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죽걸산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누죽걸산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 승인 2022.01.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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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요즘은 모든 말을 줄이는 것이 유행이다. 말을 줄이는 현상은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 층 에만 유행하다가 요즘은 노인층까지 말을 줄이는 것이 유행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정보가 새로 만들어지고, 빠르게 전달되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긴말보다는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본인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꼬꼬무'라는 프로가 있다. 이 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줄인 말이다. '전참시'라는 말도 '전지적 참견 시점'을 줄인 말이고, 골때녀(골 때리는 그녀들)도 마찬가지다. 오 마이 갓(oh my god)을 OMG라 줄여서 말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소확행'이라 우리는 말한다. 이렇듯 우리는 많은 말을 줄여서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다.

많은 줄임말 중에 '누죽걸산'이란 말이 있다. 요즘 본인이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이 뭐냐면 바로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본인이 사람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누죽걸산'이란 이 말을 타인에게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본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많이 움직여야 건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귀차니즘에 의해 자꾸 눕고 싶고, 앉아 있고 싶은 나태한 나 자신에게 채찍질 같은 말로 사용하는 말이 바로 '누죽걸산'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명심하고 많이 걷고, 많이 움직여야겠다.

사람은 두 발과 두 팔이 있다. 다른 동물은 네 발이라고 지칭하는데 우리 인간은 두 개의 발, 두 개의 팔이라고 지칭한다. 그것은 다른 동물처럼 네발로 기어 다니지 않고 두 발로 서서 직립 보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두 발로 걸으며 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과 생물의 생김이 다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듯이 우리 인간도 두 발로 걷도록 만들어진 것은 그것이 인간에게 맞기 때문일 것이다. 새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살듯 인간은 땅을 밟고 걸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걷지 않아도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말과 마차를 타고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자동차와 비행기로 더 빨리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러한 이동 수단이 우리 삶에 가져온 수많은 긍정적인 결과들은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인간이 걷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현대병이 많다. 어느 건강박사가 말하듯 걷기만 해도 저절로 나을 병이 많다고 한다. 걷는 것만 잘해도 우리는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걸어야 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걷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걷는 사람이 많아졌다. 본인도 시간이 되면 많이 걸으려 한다. 걷는 운동은 몸에 무리도 가지 않으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참 좋은 운동이다. 비용도 들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여행 상품도 걷는 것과 관련된 상품이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도보여행 상품이 많아졌다. 국내에도 부산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770KM 해안가를 따라서 걷는 '해파랑길' 도보여행도 있고, 제주도의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객들도 많아졌다. 참 좋은 현상이다.

한 여행 작가는 여행의 만족감은 여행의 속도와 반비례한다고 말한 적 있다.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까지 '슈~웅'하고 한 번에 날아간 여행보다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들판을 달리고, 산허리를 둘러 가는 여행이 더 정감 있고 좋고, 그것보다 오토바이, 혹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최고의 여행은 두 발로 걸어서 하는 도보여행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본인도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느릴수록 더 자세히 보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詩)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그래 맞다. 천천히 걸어야 자세히 볼 수 있고, 천천히 걸어야 오래 볼 수 있다. 발아래 핀 작은 꽃을 보려면 발걸음을 멈춰야 한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여행 중 최고의 여행은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하나 되는 여행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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