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우리는 하나의 종(種)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우리는 하나의 종(種)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 승인 2022.01.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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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우리 인류가 역사적으로 고립에서 벗어나서 세상에 연결되기 시작한 것은 명나라 초 1405년 정화가 중국 중심의 중화 질서를 확장하기 위해 2만7천800여 명의 해군과 120척의 함대로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까지 30여 개 국가를 조공 체제에 편입시키면서부터이다. 그로부터 80년 뒤인 1492년, 콜럼버스는 지구는 둥글다는 과학적 믿음과 현지 가격의 360배에 달하는 향신료에 대한 욕구로 중남미 대륙을 발견했다. 향신료가 세계사를 바꾸었고, 그 후 유럽은 설탕의 단맛과 차에 빠져들어 세상을 설탕 무역, 노예무역, 차 무역으로 연결시켰다.

우리는 지금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하고 있는 거미줄과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지구는 컬러풀한 세상이고 모자이크처럼 어울려 사는 지구촌이다. 사람, 아이디어, 상품, 정보, 재능이 전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는 기업이 세계의 연결을 주도했고 2000년에 들어와서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이 세상의 연결을 주도하고 있다.

BTS는 세계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있다. BTS의 춤과 노래, 메시지가 뉴욕과 파리, 런던, 아라비아 사막을 빠르게 점령하고 전 세계인들을 눈물 흘리게 만들고 열광시키고 있다. 과거 어느 황제도 BTS와 같은 강력한 요술 방망이를 가지지 못했다. 과거 돛으로 가는 범선의 속도는 시속 8km였고, 지금 베이징에서 ICBM 버튼을 누르면 뉴욕에 30분 만에 떨어지는 세상이다.

더 이상 고립과 자급자족은 없다. 국경은 더 이상 장벽이 아니고 연결망이 되고 있다. 우리는 세계 금융위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 중동전쟁, 환율, 국제 테러리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정치는 이제 모든 곳에 있고(World politics is everywhere), 세계 정치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되고 있다(daily life).

국제정치학이 대답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하고 기본적 질문은 “우리는 하나의 종(種)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이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 최초의 인류 루시(Lucy)는 320만 년 전 에티오피아 계곡에서 나타났다. 키 110cm, 머리는 오렌지 크기의 여성이고, 루시라는 이름은 1974년 발견 당시 탐사조사단이 캠프파이어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비틀즈의 Lucy in the sky에서 따왔다. Lucy 이후 1천10억 명이 지구에서 살다가 떠났고 지금은 79억여 명이 지구에서 살고 있다. 수렵, 채취로 살아가는 정글의 법칙을 적용했을 때 지구의 가용 적정 인구는 50만 명 정도이다.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것도 지금으로부터 9천여 년 전에 불과하다. 중동 시리아의 한 여인이 우연히 밀알을 땅에 떨어뜨리면서 시작되었고 인류는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하게 되고 그때로부터 마을, 사회와 국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인류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적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질병과 자연재해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생과 사를 건 투쟁을 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슈들이 분출하고 확산되고 있다. 이를 국제정치학에서는 “글로벌 이슈(Global Issue)”라고 한다. 글로벌 이슈는 대부분 인류의 생존과 관련이 있고, 인간의 탐욕, 이기심으로부터 비롯된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

글로벌 이슈는 한 국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전 세계 국가의 협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라도 에이즈, 글로벌 질병과 같은 글로벌 이슈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이를 미국 파워의 역설(Paradox of American Power)이라고 한다.

또한 글로벌 이슈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빈곤, 인구문제, 식량문제 및 환경문제 등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에는 20개 이상의 글로벌 이슈가 존재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간다. 세계 인구의 50%는 배가 고프다는 이야기이다. 인구 11억 명은 UN이 정한 빈곤선인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며 먹을 음식, 마실 물이 없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공부를 배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굶주려서 죽는 사람이 매일 2만 명에 달한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의 얼음이 녹으면 갠지스강 유역의 10억 명, 메콩강 유역의 5억 명, 양쯔강 유역의 5억 명의 먹을 물이 없게 된다. 현재 포유동물 5종 중 1종, 조류 8종 중 1종은 멸종의 위험에 놓여있고, 세계의 19%는 사막화 되어있다. 세계 200여개 국가 중 40개국은 갈등, 분쟁, 전쟁 상태이다.

국제정치학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질문에 대한 지혜와 해답을 제공할 것이다. 인간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으며 이것을 다루는 것이 국제정치학이다. 인류가 멸망이 아닌 미래의 번영으로 가는 열쇠를 국제정치학이 만들어 줄 것이라 믿고 이것이 국제정치학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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