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의 부재가 부른 담임 기피
교권의 부재가 부른 담임 기피
  • 승인 2022.01.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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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2월이면 개학과 입학이 다가오고 초·중·고 학생들은 새 학년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담임선생님의 지도 아래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전부터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을 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교직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단순히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선생님들의 담임 기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대부분의 교사가 이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사뭇 충격적이었다.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담임선생님은 이름만으로도 학생을 압도하는 존재감이 있었다.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떠들다가도 누군가의 “담임 떴다!” 이 한 마디면 교실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것이 담임에 대한 필자의 마지막 기억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흔쾌히 나서서 담임을 배정받으려 하지 않는다니 이유가 무엇일까.

담임교사 배정이 어려워 제비뽑기까지 동원하는 학교도 있고 학년부장이나 교과부장 같은 보직은 아무도 원하지 않아 갓 부임한 초임 교사에게 보직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과 각종 보직을 기피하는 것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된 교권과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사실 학생을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버겁다.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사교육과 늘 비교되는 목소리에 당당하기 위해서 꼼꼼한 수업 준비부터 특히 고등 담임교사의 경우 입시까지 책임지고 있기에 방학도 방학이 아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 장기화로 커지는 학습격차의 탓을 전적으로 일선 교사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학부모의 항의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교권침해 건수는 2662건이었는데 이는 2010년 2226건보다 20% 정도 증가한 수치다. 보고되지 않은 교권침해 건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교권침해 건수는 꾸준한 증가세인 것, 이것만 보더라도 교사가 얼마나 극한 직업인지 알 수 있다.

담임 및 보직 기피를 두고 교사로서의 사명감 결여를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명감은 왜 교사에게만 강요하는 것인가. 학생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와 교사를 존중하는 학부모의 태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18년째 동결된 담임교사 수당 월 13만원과 보직교사 수당 월 7만원과 관련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으면서 교사들에게까지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교육 당국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상승률 및 최저임금 상승 등의 뉴스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듯하다. 교사에게 열정과 사명감을 요구하기 전에 무너진 교권과 인색한 수당부터 개선해주는 것이 먼저다.

집에서는 초등학생인 자녀를 키우고 직장에서는 대학생인 학생을 가르치며 10대부터 20대 초중반에 이르는 학생들을 자주 보는 필자는 흔히 말하는 꼰대 감성, ‘라떼는 말이야’가 하루에도 여러 번 나온다. 우리 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언사에 놀라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위계에 눌려 그 어떤 목소리도 쉽게 내지 못했던 우리 때가 좋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학교에서는 지켜야 할, 선생님께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지키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옆 친구를 괴롭히거나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그 어떤 행동에도 교사들은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 교권이라는 교사의 손발을 교육 당국이 이미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진영 논리를 앞세워서 뽑힌 교육감들이 정치하느라 바쁜 동안 교권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 와중에 일선 교사들은 주말도 없이 받아주어야 하는 학부모 응대에 번아웃이 되었다. ‘혁신교육’이니 ‘전문적학습공동체’니 이런 교육감 실적 위주의 계획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를 현장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교사들과 한 번이라도 제대로 협의가 된 것인지 묻고 싶다. 무턱대고 선진국 교육을 쫓아가는 것, 한국은 문화나 교육제도 자체가 태생부터 다르다. 그렇게 쫓고 싶어하는 선진국 교육인 미국학교 시스템을 표방하고자 한다면 학교에 경찰인력부터 배치해 주어야 한다. 온갖 책임은 다 부여하면서 문제적 행동에 대한 지도 권한이나 막무가내의 학부모 민원으로부터의 보호막은 그 어디에도 없다. 쓴소리 한번 하면 바로 아동학대로 신고 당한다. 수업하는 교실에 찾아와 교사에게 행패를 부려도, 학생이 교사를 도촬해도 그저 덮기 바쁜 것이 교육일선의 민낯이고 교사들의 현실이다. 오죽하면 보험사에서 교권침해보험이 나왔을까.

전교생의 세부특기를 모두 다르게 작성하라는 것은 교육 당국의 탁상행정에 고등교사들은 지금도 수백명이 넘는 학생들의 세부특기를 ‘창작’하느라 고생 중이다. 사명감과 열정을 요구하기 전에 교권부터 세워주는 것, 이것이 교육당국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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