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의 위기와 출구전략
지방대학의 위기와 출구전략
  • 승인 2022.02.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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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여행·항공마스터과 교수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입학자원 감소를 초래하고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과 맞물려 비수도권 지방대학의 신입생 미달 사태로 인한 지방대학의 존립 위기가 예고된 재앙으로 표출되고 있다. 2021년부터 입학정원이 수험인원을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본격화되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지방대학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이미 풍전등화의 위기로 방치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2021년, 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4만 명을 상회하고 2024년에는 무려 8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22년 1월에 발표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은 2020년 46만 5천명에서 2040년에는 28만 3천명으로 약 40%가량 급감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 26만 명인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학의 입학정원으로도 수요가 충족되므로 산술적으로 2040년에는 지방의 사립대학 대부분은 입학 지원자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19일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존폐위기의 지방대학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며 “국가 발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온 지역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나라 비 수도권 지역의 침체와 소멸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지역대학들이 직면한 위기 요인의 상당 부분은 수도권 집중 현상의 사회적 구조 문제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역대학 정책 미비에 기인함에 따라 지역인재 유출과 학령인구 감소, 재정문제 등 당면한 지역대학 위기 극복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하였다.

1995년 YS 정부에서 도입한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조치’는 대학설립을 양산하여, 전국에서 무려 52개의 대학이 신설되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수요 예측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학설립 인가의 폐해는 고스란히 부작용으로 나타나 신설 대학 가운데 2020년까지 10개의 대학이 폐교되거나 통합되고 13개 대학은 재정지원 제한 등 부실대학으로 선정되었다. 당연히 이로 인한 피해는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부담으로 작용하며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현실이 되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교육 공약을 연일 발표되고 있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근원적 방안과 미래의 고등교육을 담보하는 구체적 대안의 제시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이 처한 어려운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대학 교육의 전반적 체제 개편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선거철에서 교육 공약은 유독 후 순위로 밀려나는 인기 없는 분야로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 문제가 사회 전반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매사 논란과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민감한 사안이니 대선 후보들이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외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22년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고등교육의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미래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책무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학평가를 통해 예산을 나눠주는 교육부의 대학 줄 세우기 정책과 백가쟁명식의 구조조정, 재정지원, 산학협력 등의 제도와 지원에 치중하였지만 정작 지방대학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나마 2024 이후부터 2031년까지가 학령인구가 유지되는 시기로 지방대학 위기에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점을 고려하여 대학의 자구 노력과 함께 교육부의 획기적 정책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상생을 위해서는 전체 대학 정원을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정원조정을 통하여 지방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을 개선하는 한편, 수도권 지역의 정원 외 모집을 단계적으로 정원 내 모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의 전문대학이 성인 학습자 평생 교육기관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금기시되어 온 사립대학의 자진 폐교를 공론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유기홍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모두 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해 인정했으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대학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현행 사립학교법은 대학 청산 시 잔여 재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귀속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계 상황에 놓인 사학 설립자가 잔여 재산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언급하였다. 물론, 폐교에 책임이 있는 설립자의 재산을 보전해주어야 하느냐는 비판 제기도 일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방대학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로를 열어주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더해간다. 지방대학의 구조혁신은 불가역적인 현실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진부하지만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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