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실천의 본래성에 대한 캐물음
복지실천의 본래성에 대한 캐물음
  • 승인 2022.02.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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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마음 재단 중구노인복지관장
“나는 존엄하다. 너도 그렇다”

지난 해 년 말에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에서는 존엄복지에 근거한 복지실천추진을 위한 비전공명프로젝트가 약 2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핵심주제는 ‘존엄 복지’였다. ‘복지실천의 본래성’에 대한 캐물음을 시작으로 그동안 사회복지현장에서 익숙하게 듣고 강조해왔던 ‘존엄(尊嚴)’의 의미에 대해 깊이 통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공명과 숙의의 과정을 거쳐 ‘존엄복지’라는 용어를 개념화하였고, 그에 근거해 “모든 이의 존엄이 실현되는 복지공동체” 라는 사회적 비전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복지 실천하기, 소통과 참여로 나눔복지 실천하기” 의 우리의 미션을 도출했다. 산하기관인 중구노인복지관의 비전은 “모든 노인의 존엄과 주체적인 삶을 실현하는 복지공동체”로 설정했다.

‘존엄(尊嚴)’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개인은 가치가 있고, 존중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를 타고 났다. 이는 함부로 범할 수 없이 높고 엄숙하다” 이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에서는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며,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다”고 선언하였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유와 권리를 보편적으로 보호해야 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인권선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존엄적 권리를 명시하였다.

한국사회복지사윤리강령에서도 “사회복지사는 인본주의·평등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 활동에 헌신한다”. 사회복지사 선서에서는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 가족, 집단, 조직, 지역사회 전체와 함께 한다”라고 해서 ‘존엄에 기반한 사회복지실천’이 명시되어있다. 이처럼 존엄은 사회복지실천에 있어서 기본 이념이자 가치이다.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목표 또한 인간 존엄성의 구현으로,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사회복지에 있어서 본질적인 가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조직의 목적, 비전, 성과는 사회복지실천 본래성에 근거한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만 설명된다.

과연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인권선언문과 사회복지사윤리강령, 사회복지의 기본 이념에서 명시된 ‘인간 존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을까?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의 존엄에 대한 스스로의 캐물음과 성찰적 상황을 반복적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첫째, 사회복지조직 구성원 간, 즉 기관장과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상호 존엄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동료 사회복지사들과 이런저런 슈퍼비전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나는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 존엄하게 대하는가? 하는 말과 태도에 대한 캐물음과 성찰이 일어났다. 존엄기반 리더십, 상호존중하는 수평적 조직문화와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더욱 요구되었다.

둘째,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 간에 상호 존엄의 관계를 가지는가? 사회복지사들은 서비스 제공자로서 이용자와 클라이언트 보다 우위의 위치에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는지? 존엄을 침해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캐물음과 성찰이 일어났다.

셋째, 우리 복지관은 지역주민(후원자, 자원봉사 등)들과 상호 존엄의 소통을 하고 있는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가 가진 그 마음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감사하고 있는지 캐물음과 성찰이 일어났다.

넷째, 복지관에서의 복지프로그램과 서비스 그리고 공간 등에는 존엄이 존재하는가? 복지관의 프로그램이 이용 노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존엄한 노년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복지관 시설과 공간 꾸밈은 존엄을 보장하는 장치인가?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대한 본래성과 공간의 적합성에 대한 캐물음과 성찰이 일어났다.

비전공명프로젝트는 보편 존엄을 매 순간 생각하면서 사회복지현장에서 동료 관계, 이웃 관계, 비전과 미션, 사업, 의사결정과 소통, 협력 등 조직의 모든 운영방식과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존엄을 망각하지 않고 사회복지사로서 복지실천을 온전히 수행하는지에 대해 매 순간 캐묻고 성찰하게 한 시간이었다. 프로젝트에 이어 2022년 새해 들어서는 그동안의 캐물음과 숙의 과정으로 만들어낸 조직의 비전과 미션, 존엄조직문화를 통해 존엄복지실천으로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인간의 존엄이 추구되고 실천되지 않는다면, 존엄의 가치도 복지실천도 공허한 구호가 되리라 본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가치와 소중함을 타고났다는 느낌-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느낄 때, 소중하다고 인정받을 때 우리는 만족한다. 관계 속에서 상호 간의 자존감이 인정받고 존중될 때 우리는 연결된다”(도나 힉스/ ‘관계를 치유하는 존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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