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곧은 인재를 등용하여 마음 굽은 소인 위에 올려라(擧直錯諸枉)
마음이 곧은 인재를 등용하여 마음 굽은 소인 위에 올려라(擧直錯諸枉)
  • 승인 2022.02.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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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1970년대 초에는 모든 학교에서 고전읽기를 하였다. 전국단위의 경시대회도 있었다. 그때는 학교재정이 어려워 도서구입비도 없어서 개인이 고전을 사서 읽도록 했다. 성경이야기, 불경이야기도 학생들은 열심히 읽었다.

‘월인석보’에는 공명조(共命鳥), 가릉빈가(迦陵頻迦), 앵무새, 공작 등의 새가 나온다. 이들은 밤낮 여섯때에 화아(和雅)한 소리를 내는 새들이라 했다.

설산에 공명조(共命鳥)가 살고 있었다. 이 새는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 달려 있다. 둘의 머리는 서로가 자는 시간이 각각이어서 밤낮이 없다.

어느 날 왼쪽머리가 잠든 사이에 오른쪽머리가 나뭇가지에 있는 맛있는 과일을 따 먹었다. 그리고는 잠이 깬 왼쪽머리에게 “나는 오늘 아주 꿀맛 나는 과일을 따먹었단다. 건강에 좋으라고.”하고 말을 마치자 금방 잠이 들었다.

왼쪽머리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기 몰래 맛난 과일을 따서 먹은 것에 대하여 은근히 질투가 났다. 그래서 자기는 옆의 나뭇가지에 있는 독이 있는 과일을 따서 꿀컥 삼켰다. 잠시 몸을 뒤틀던 공명조는 죽고 말았다.

같이 살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함께 죽어야 하는 숙명의 새가 공명조이다. 아이들에게 ‘~같이, ~함께’라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가르치던 교훈적인 이야기였다. 좋든 싫든 일 년 동안을 한 반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서 급훈은 ‘협동하자.’였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누가 되든지 5년을 ‘~같이, ~함께’해야 한다.

중국 노 나라 27대 애공(哀公)이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다. 애공은 노나라를 안정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마침 천하를 주유하고 고향에 돌아온 공자에게 정치에 대하여 물었다. 그때가 애공의 나이 20대이고, 공자는 70대였다.

애공이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잘 따르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공자는 “거직조저왕(擧直錯諸枉)하십시오. 그러면 백성이 잘 따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거직조저왕(擧直錯諸枉)은 ‘마음이 곧은 인재를 등용하여 마음 굽은 소인 위에 올리라.’는 뜻이다.

반대로 “마음이 굽은 소인배를 등용하여 마음 곧은 인재 위에 올리면, 백성은 불복합니다.”고 일러 주었다. 애공은 공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

15대 환공의 아들들 삼환(계손씨, 숙손씨, 맹손씨)은 대대로 노나라에서 권력을 잡았었다. 애공은 그러한 삼환들을 축출하려다가 도리어 위기를 맞아 이웃 위(衛)나라로 달아났다.

중용에도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묻는 내용이 나온다.

공자는 “주(周) 나라를 세운 문왕과 무왕의 어진 정치를 한 내용은 방책(方策:나무쪽과 대나무쪽)에 적혀 있습니다. 그들 밑에는 강태공, 주공단, 소공석같은 신하들이 있었습니다. 어진 군주 밑에 좋은 인재가 있으면 정치는 잘 이루어집니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는 사라집니다. 정치는 ‘포로(蒲盧)’입니다.”라고 가르침을 주었다.

‘포로(蒲盧)’는 ‘나나니벌’을 말한다. 땅속에 사는 나나니벌은 각다귀의 애별레인 며루의 유충을 길러서 제 새끼로 만들어 버린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나니가 며루를 업어 기른다.’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 이 말은 문왕이 강태공을 위수가에서 만나 주나라 재상으로 앉힌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구부러져 뒤엉킨 나무뿌리와 울퉁불퉁한 나무의 마디를 ‘반근착절(盤根錯節)’이라 한다. 이 말은 이리 저리 얽혀서 처리하기에 곤란한 일들을 일컫는다. 세상의 이치가 모두 그러하다. 쾌도난마처럼 끊어버려야 나무든 일이든 단단히 뿌리박혀 흔들리지 않는다.

후한의 대장군 등즐(鄧?)은 이민족의 침입에 국비 부족을 이유로 양주땅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때 낭중 우후(虞?)가 반대를 하였다. 양주땅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된 곳으로 꼭 지켜야 함을 역설하였다. 모두 우후편을 들었다. 등즐은 우후가 미워서 폭동진압을 위하여 조가현(朝歌懸)의 책임자로 쫓아버렸다. 우후는 ‘반근착절(盤根錯節)’의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면서 부임하였다. 그리고 지혜와 용맹으로 폭도들을 진압하였다.

공자도 ‘군자는 허물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고 하였다.

‘~같이, ~함께’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제 대통령선거에서 마음이 곧은 인재를 뽑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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