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호랑이와 까치가 만나는가 - 우리는 모두 어울려야 한다
왜 호랑이와 까치가 만나는가 - 우리는 모두 어울려야 한다
  • 승인 2022.02.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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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대구문협회장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즐긴 세화(歲畵) 가운데에 호랑이와 까치를 함께 그린 이른바 호작도(虎鵲圖)가 있습니다.

호랑이는 맹수의 으뜸인 만큼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정해주는 전령사로서 길상(吉祥)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또한 장수(長壽)를 뜻하는 소나무도 함께 그려 까치를 앉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세화는 새해를 맞이하여 서로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선물로 주고받는 그림입니다. 세상에 많은 선물이 있겠지만 이처럼 기원(祈願)을 담아 주고받았던 우리 선조들이야말로 정말 운치 있는 선물을 주고받았다 하겠습니다.

호랑이 그림은 심사정(沈師正)의 ‘맹호도(猛虎圖)’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호랑이가 단독으로 등장하는 그림이 많습니다. 이처럼 위엄 있는 호랑이 모습에서 이 그림을 가진 사람의 권위를 은근하게 드러내었습니다.

그러다가 18세기 말 민화(民畵)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사팔뜨기 눈에다 고양이와 개를 섞어놓은 듯한 몸집일 뿐 아니라 무늬도 일정하지 않게 그렸습니다.

민화는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나타난 그림입니다. 우리의 민화에 호랑이가 이처럼 해학적인 모습을 띠는 것은 아마도 폭압적인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가치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로 시작되는 우리의 민담(民譚)에서 보듯이, 맹수이지만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선조들의 염원이 그림 속에 들어있다 하겠습니다.

까치는 옛날부터 우리 둘레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속담은 까치가 마을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높은 나무 위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낯선 사람을 보게 되면 경계의 뜻으로 더욱 요란하게 울어대었던 것입니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이를 갈 때에 할머니가 불러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그러면서 헌 이를 지붕 위로 던져 올렸습니다. 아이의 귀중한 신체 일부였던 이를 아무 곳에나 버려 밟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을 것입니다. 이 노래에는 복합적인 주술적 의미가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새로 돋아나는 이를 ‘갓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갓치’는 ‘까치’와 소리가 비슷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까치에게 헌 이를 줄 테니, 그보다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새 이를 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일에서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는 가르침과 더불어, 낡은 것은 보내고 새로운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섭리를 또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까치는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지으면 그 해에는 큰 태풍이 없고, 까치가 아래쪽 굵은 가지에 집을 지으면 그 해에는 큰 태풍이 온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은 바람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까치만이 가질 수 있는 지혜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을이 되면 높은 가지에 감 몇 개를 까치밥이라 이르며 남겨두어 고마운 까치와의 공존을 꾀하였던 것입니다.

신라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석탈해(昔脫解)도 까치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즉 ‘까치 작(鵲)’에서 ‘새 조(鳥)’를 빼고 남은 ‘석(昔)’을 성(姓)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우리의 의식 속에 까치가 깊이 들어있다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민화에는 여러 가지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을 엄숙하게 나타내지 않고 해학적으로 나타낸 것은 우리 선조들의 여유일 것입니다. 수많은 질곡(桎梏)을 겪어온 우리의 선조들이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왔습니다. 이는 매우 귀중한 정신적 유산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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