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천년 옛 서울 신라왕경이 펼쳐진다
경주, 천년 옛 서울 신라왕경이 펼쳐진다
  • 승인 2022.02.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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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천년 왕국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 로마, 이스탄불, 시안과 함께 세계 4대 고도시(古都市)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역사문화도시’이다. 세계사에 천년 왕조를 유지한 나라는 로마와 신라 두 곳이다. 로마는 연간 3,600만 명 이상이 찾는 전 세계인의 ‘문화성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주는 찬란한 문화도시로서의 모습이 점차 엷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소중한 문화가치를 등한시 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신라 천년의 모습을 재현하여 전 세계의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세계문화명소로 거듭나야 한다.

경주는 로마 못지않게 유물과 유적이 많다. 유네스코(UNESCO)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 석굴암, 역사유적지구, 양동마을, 옥산서원이 있다. 그 외에도 경주박물관 소장 국보 15점, 보물 96점, 지정문화재 300건 등 문화유산이 즐비하여 시 전역이 ‘노천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아무리 문화유산이 많아도 이를 갈고 닦지 않으면 그 빛이 바래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시내여관 골목마다 수학여행 버스로 넘쳐났다. 그런데 단편적인 유적만 둘러보는 관광은 한계에 직면했고, 고교 수학여행단마저 제주도나 해외로 관광코스를 바꿨다. 학생들의 발걸음마저 뚝 끊어진 경주. 한동안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경주시민의 먹거리인 문화관광산업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경주가 살길은 문화관광산업과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전기차,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산업 및 컨벤션산업의 육성이다. 이 중에서도 문화관광산업은 다른 어떤 도시와도 견줄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신라왕경(新羅王京)의 복원·정비는 경주의 희망이고, 미래 먹거리다.

이 사업은 그동안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몇 차례 계획을 수립하는 등 추진되어 오다가 2014년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선정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이 공약에 따라 2025년까지 9,450억 원을 투입하여 신라왕경 핵심유적 8개 복원·정비(신라왕궁, 황룡사, 동궁과 월지, 월정교, 쪽샘지구, 대형고분, 신라방리제, 첨성대 주변 등)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법적 뒷받침이 부족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김석기 국회의원이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여 3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2019. 12월 법안이 공포되었다. 그리고 1년 후인 2020. 10월 이 법의 시행령이 마련됨에 따라 사업추진의 큰 골격과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2021년 문화재청은 ‘신라왕경 핵심유적지 연구와 기초정비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당초 8개 사업을 15개 사업으로 확장(분황사지, 구황동 원지, 사천왕사지, 미탄사지 삼층석탑, 동부사적지, 인왕사지, 낭산일원, 천관사지 복원·정비 등)하고,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추진하기로 했다. 비로소 찬란한 황금의 나라 경주의 모습을 재현하는 모멘텀이 마련된 것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협의하여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4,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올해 신규 예산 210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2018년 완공한 월정교에 이어 올해 3월말 완공예정인 ‘월성해자’ 복원·정비 공사가 완료되면 경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는 왕경복원이 속속 이루어짐에 따라 ‘신라천년’의 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세계적인 문화도시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20년 후 월성에 신라왕궁과 동·서·북쪽에 문지, 성벽이 복원되고, 월성 해자가 정비·재현되어 물길이 흐른다. 동궁과 월지, 첨성대, 계림을 포함한 왕궁경역의 복원으로 천년 옛 서울, 서라벌의 모습이 재현된다.

특히 황룡사 9층 목탑 등의 복원은 삼한통일의 위업과 호국불교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것이고, 황룡사, 감은사, 문무대왕릉으로 연결되는 호국 벨트가 조성된다. 이 호국벨트는 남·북은 물론 세계가 각축하는 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남북통일의 염원과 흐트러진 안보의식을 일깨우는 역사교육장으로 새로운 면모를 갖춘다. 게다가 경주시는 신라왕경이 재현될 경우 생산유발효과 3조 6,000억 원, 고용유발효과 10,000명, 부가가치유발효과 9,4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 로마에 버금가는 문화관광도시로 우뚝 선다는 점이다.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은 신라왕경의 복원은 연간 5천만 명에 이르는 관광수요를 촉발하여 세계인의 가슴에 경주가 동양의 금빛 나라로 각인될 것으로 확신한다.

역사와 문화를 품은 황금새가 세계로 웅비하는 경주. 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내친김에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선정되어 문화민족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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