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엘리트
성숙한 엘리트
  • 승인 2022.02.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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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대선후보들 사이에 추경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여기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나라빚 얘기다.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2025년 국가채무가 당초 전망보다 7조 4천억원 많은 1천 416조원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통합재정수지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적자, ‘나라빚 증가속도 선진국 2배’ 같은 보도가 연일 나오면 자칫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불안감을 주게 된다.

그러나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한 방송에서 이 같은 보도는 정부의 추경 요구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의도된 기사라고 평가절하했다.

국가채무액만 비교하면 2011년부터 20년동안 한국이 선진국보다 2배나 빨리 증가한 것이 맞다. 그런데 소득이 천만원인 사람이 3백만원의 빚을 지는 것과 소득이 1억원인 사람이 3천만원의 빚을 지는 것을 똑같이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30%의 빚을 진 것이지만 ‘누가 여유가 있는가’ 하는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는 것.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높다면 빚을 갚을 여유는 당연히 많다. 최 교수에 따르면 그래서 국가별 채무를 비교할 때 GDP와 함께 비교한다는 것이다. GDP가 큰 나라는 자연히 빚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국가채무를 2007년부터 국가별로 비교하면 증가폭이 다를 수 있는데 앞서의 기사들은 비교의 기준점을 이동시킨 소위 ‘기술이 들어간 기사’라는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부시기와 문재인 정권시기를 비교하면 더욱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1에서 2016까지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주요 선진국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이후 문정부에 들어와서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국가부채 증가율이 오히려 낮았다. 하지만 이런 분석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라진 풀타임 일자리’ 등 일자리 질이 낮아졌다는 보도도 많았다. ‘주36시간 미만 일자리가 229만개 증가했다’며 2017년 대비 지난해까지 좋은 일자리가 줄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런 기사는 이 시기 인구구조 변화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동시기 60세 이상 인구가 237만명이나 증가했다. 15~50세 인구는 140만명이 줄었다. 14시간 이하 일자리가 55만개 증가해 일자리 질이 나빠졌다고 했지만 요즘 70세 이상 중 취업자가 157만명에 이른다. 노인들은 공공일자리로 일주일 9시간 정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50세 이하 한창 일할 인구가 140만명이나 줄어드는 사회 현상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일자리가 줄었다고 정부를 비판하는데 만약 정권이 바뀌면 똑같이 비판할 것인가, 아니면 “일하는 인구가 줄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쓱 넘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경제통계를 분석해서 기사를 써내는 기자들은 우리사회 고학력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엘리트층의 분석이 한쪽에 치우치거나 수준 미달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마찬가지로 엘리트 집단이면서 전문관료인 기재부나 국토부 등 중앙정부 공무원들 역시 이 정부 들어 잘못된 기사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는 사례는 보기 힘들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관료사회의 집단 패거리즘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무능·무신경·무책임을 집단패거리즘의 특징으로 짚었다. 무능·무신경·무책임한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 순간만 넘어가려 하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발전도 해결도 없다고 한다. 끼리끼리 좋은 게 좋은 걸로 지내기 마련이고 골치 아픈 문제는 이벤트로 해결하려고 한다. 효율과 창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문학자이면서 교육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유명한 김누리 교수는 공부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우리사회가 미성숙한 엘리트들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우리사회가 진취적이거나 행복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우리 주위에서 보는 미성숙한 엘리트들은 시대 착오적이고 오만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성숙한 엘리트들을 키울 수 있는 혁신 교육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몇건의 특종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는 기사, 성숙한 엘리트가 뿜어내는 기사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미성숙한 엘리트를 키운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과거의 사고에 머물고 있는 부모들도 안타깝지만 그동안 나왔던 대선후보들이나 대통령들도 성숙한 엘리트를 키우는 교육에는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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