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통해 본 지역유지의 역할
선거를 통해 본 지역유지의 역할
  • 승인 2022.02.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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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압축성장으로 국가의 총량적인 부는 증가했지만 그에 비례하여 개인의 삶의 질은 그만큼 향상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양적인 성장에 버금가는 질적인 성장을 이룩하지 못한 연유로 인해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이것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유발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우리 사회를 ‘가운데가 텅 빈 사회’로 비유하기도 한다. 한 사회가 외형적 성장 못지않게 내실 있는 발전을 도모하며, 그래서 인간다움이 배어나는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려면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지역공동체에서 지역유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지역유지들이 결코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역주민과 지방행정기관 사이에 교량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또한 행정기관의 의사를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해 주기도 했는가 하면, 때로는 이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 지역유지의 역할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도 줄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역문제에 대해 지방정부가 주체적으로 해결하게 되면서 오히려 지역유지들의 역할이 더 활발해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지역유지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일부 있다. 지역유지들과 기관장의 모임은 대체로 지역주민의 여론 수렴과 정책 대안 제시, 그리고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때로는 선거운동이나 로비 창구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경유착과 토착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일부지역의 기관장은 지역사회의 친목 모임에서 탈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거를 경험하면서 지역사회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지역사회의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지역유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2년 마다 선거가 실시되고 있다 보니 매년 선거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2년 뒤에 총선이 있고, 그 중간에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점점 선거공화국이 되어간다는 느낌이다. 특히 올해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어떻게 보면 선거철만 되면 ‘떴다방’과 같은 선거꾼들이 부나방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역유지들의 처신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안타깝게도 선거철이 되면 지역유지들이 몽니를 부린다는 반갑지 않는 소리도 들린다. 지역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해야 하고 또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보니 출마한 후보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 표라도 얻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기에 이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지만, 후보자의 이런 약점을 이용하여 소위 ‘갑질’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선거는 지역 주민들이 평소 후보들의 활동 모습과 그들이 제시한 정책과 비전을 보고 이런 인물 정도라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하여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주민들의 몫이니 만큼 주민들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유지들에 의해, 그리고 그 언저리에서 이름을 팔아 유언비어를 퍼 나르면서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받게 된다.

선거는 또 다른 형태의 주민자치제이며,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이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택한 인물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이나 민간이 주도가 되어 지역사회의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동네자치를 실현하며, 지역의 발전을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유지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유지의 역할과 처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보편적으로 지역사회의 자생적인 사회통제능력이 강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역공동체는 지역사회를 건전하게 조성함으로써 개인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가 추진하는 활동이나 사업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을 넘어 지역사회 및 인근 지역사회로 공동체의 역할과 목적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이 지역유지의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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