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곰상만 4번…유달리 베를린과 연 깊었던 홍상수
은곰상만 4번…유달리 베를린과 연 깊었던 홍상수
  • 승인 2022.02.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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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진출해 4번 수상…칸·베네치아에선 경쟁 부문 수상 없어
"'우리 감독'이라 인식…칸이 외면한 감독들에 상 안기는 측면도"

신작 '소설가의 영화'로 16일(현지시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3년 연속으로 은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유달리 베를린과 연이 깊었다.

그가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것은 김영호, 황수정 주연의 '밤과 낮'(2008)이 처음이다. 이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20), '인트로덕션'(2021), '소설가의 영화'까지 총 6차례 진출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들은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연기상, 각본상 등으로 구성된 은곰상을 두고 경합한다.

매년 약 20편의 영화만 경쟁 부문에 진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를린의 '홍상수 사랑'은 특히 최근 들어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이 경쟁 부문에 초청된 6번 가운데 4번이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모두 다른 분야에서 골고루 상을 받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도망친 여자'는 은곰상 감독상을, '인트로덕션'은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다.

이날 홍 감독이 받은 심사위원대상은 이름 그대로 영화제 심사위원단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 작품 중 하나에 수여한다. 황금곰상에 이어 두 번째 상으로 '준우승' 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홍 감독의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국제영화제, 베네치아국제영화제로부터는 다소 주목을 덜 받아왔다.

사실 베를린영화제보다 먼저 그의 작품성을 알아본 건 칸영화제였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등 홍 감독의 초기 작품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이후 몇 년간은 소식이 없었으나 '다른 나라에서'(2012), '그 후'(2017) 등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하지만 끝내 수상은 불발됐다.

'하하하'(2010)로 비경쟁 부문 상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한 차례 받은 게 전부다.

베네치아영화제에서는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소개하는 오리종티 부문에 '옥희의 영화'(2010), '자유의 언덕'(2014)으로 진출했으나 수상은 못 했다.

다른 영화제와 달리 베를린영화제가 홍 감독에 잇따라 상을 안긴 것은 영화제의 '정치학'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를린영화제는 3대 영화제로 묶이기는 하지만 칸이나 베네치아에 비해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칸 수상작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베네치아 수상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까지 두각을 나타낸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여러 차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상은 받지 못한 홍 감독에 상을 안기면서, 베를린영화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물론 작품성도 좋아야겠지만, 3대 영화제는 각자 '우리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감독들이 있다"며 "칸이나 베네치아에서 홀대받은 감독들에게 베를린이 상을 주는 식으로 3대 영화제의 정치학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전 평론가는 "최근 행보를 봤을 때 홍 감독이 차기작으로 황금곰상 첫 수상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 감독의 3연속 수상은 칸이나 베네치아와 비교해 영화의 장르나 성격에 대한 외연이 넓은 베를린영화제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홍 감독 작품은 작가주의 색채가 강하고, 작품 대부분이 비슷한 형식이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마다 독특하게 변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평론가는 "베를린영화제는 가장 광폭 행보를 이어온 시상식"이라면서 "칸영화제와 달리 홍상수의 영화를 실험, 진화로 받아들여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베를린영화제의 이런 경향이 더 짙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1951년부터 열린 베를린영화제는 정치성이 강한 영화제로 평가됐지만, 최근 몇 년간의 움직임을 보면 작가주의 영화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우연과 상상'이 지난해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베를린영화제가 이때까지는 정치적인 영화에 좀 더 주목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칸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오히려 홍 감독 작품처럼 사람과 인생, 성찰을 담은 영화에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다만 "홍 감독이 아직 최고상을 받지는 못했고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을 보면 여전히 정치색이 강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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