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선거의 캐치 프레이즈는 여당 이재명과 야당 윤석열의 구호가 확연히 구별된다. 이재명은 정권안정을 내세웠고 윤석열은 정권교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 정권운용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아주 높게 나타난다. 취임 초부터 내걸었던 탈원전, 집값 안정, 소득주도 성장, 일거리 창출 등 어느 것 하나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국사태로 빚어진 국론분열은 도를 넘었다. 이련 형편에도 문재인의 지지도는 아직도 40%대를 유지한다. 그러나 정작 그와 함께한 이재명은 3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야당의 윤석열은 현 정부의 검찰총장으로서 살아있는 권력과 대결했다는 배짱과 소신을 높이 쳐준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40%대로 올라섰다. 이재명과의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이내거나 살짝 올라서 있지만 선두를 달리는 모양새다. 모든 미디어는 결국 두 사람 간에 결판이 날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그러나 안철수와 심상정이 변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확실한 진보성향의 정의당 심상정은 아직도 2~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권외로 밀리고 있지만 안철수는 8~12%대를 넘나들고 있어 단일화에 대한 큰 변수가 확실하다.
단일화문제는 결국 윤석열과 안철수의 담판으로 끝내야 할 일이지 질질 끌고 나가면 약한 입장인 안철수에게 멍에가 씌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윤석열은 과거 김대중이 DJP 연합으로 신승을 거뒀던 전철을 참고하여 참모진의 어설픈 진언을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는 소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 쪽만 만족스러운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20대 대선에는 유난히도 많은 후보자들이 등록을 마쳤다. 과거에는 군소정당 후보나 무소속후보에게도 매스컴의 기사할애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군소정당후보의 이름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에는 모두 열네 사람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신문방송에서는 명단과 사진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언론사끼리 담합을 한 것일까. 오래전 대선에서는 입후보자의 등록금이 없었기 때문에 상습출마자가 있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후보가 되기 위해서 3억원의 등록금을 납입해야 한다. 유효득표수가 15%를 넘기면 선거비용을 모두 보전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액 국고로 귀속된다. 길가에 게시된 후보들의 사진과 경력을 살펴보면 모두 훌륭하다. 다만 당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더라도 명색이 대선후보인데 모든 언론이 이들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나는 칼럼 집필자로서 기록을 위해서 이들의 이름과 정당 그리고 간단한 의견을 말하려고 한다. 5번 기본소득당 오준호, 6번 국가혁명당 허경영, 7번 노동당 이백윤, 8번 새누리당 옥은호, 9번 새로운 물결 김동연, 10번 신자유민주연합 김경재, 11번 우리공화당 조원진, 12번 진보당 김재연, 13번 통일한국당 이경희, 14번 한류연합당 김만찬 등이다.
이들 중에서 그나마 관심을 받은 이는 문재인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김동연과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허경영이다. 김경재와 조원진 김재연은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던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들 중에서는 중도에 하차할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섣불리 전망할 수는 없다. 다만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용기와 패기를 살려 한국의 정치판을 깨끗하고 자랑스럽게 고칠 수 있는 소신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정책대결이 아니라 헐뜯기에만 치중하는 네거티브를 과감하게 징치하고 자유와 민주 그리고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4·19혁명정신을 내세우는 용기를 보여준다면 비록 무명의 후보지만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을 다 했다는 자부심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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