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간선제 추진 견해
지방자치단체장 간선제 추진 견해
  • 승인 2022.02.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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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지방자치단체에는 2개의 기관이 있다.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인 단체장이다. 반쪽 지방자치제가 부활 된 1991년 그해,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1995년에는 지방의원선거와 더불어 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였다. 완전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게 된 지 올해가 만 27년이다. 그동안 광역자치단체인 시·도,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한정된 권한 안에서 지방자치를 해 왔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강 집행부 약 의회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의회보다 우월한 입장에서 지방행정을 할 수 있도록 거의 제도화 되어 있었다.

지방의회는 형식상 의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집행부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의회가 제 역할과 기능을 다 하지 못한 이유는 제도상의 문제도 있지만 의원들의 역량과 자질, 전문성 등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정당 공천제는 지방의원의 활동을 제약하는 원인이 되었고 어느새 지방정치인이 된 지방의원은 감시기능은커녕 집행부와 협업하는 흥정식 의회 활동을 하는 여지를 남겼다.

지방의원이 연봉 수준의 대우를 받는 준 공무원화 됨으로써 지방의회의 활동은 더욱 무색해지고 있다. 2020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되고 금년 1월13일 시행된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와 집행부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행안부가 느닷없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뽑지 않고 지방의회가 간선으로 선출할 수 있게 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4조에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서다.

중앙정부가 내어놓은 내용은 이렇다. 지자체장 선출방식을 현행 직선제 방식 외에 3가지 방안을 추가해 지자체가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첫째 안은 지방의회가 투표권을 갖고 지원자 중에서 지자체장을 선출, 둘째 안은 지방의회가 지방의원 중에서 지자체장을 선출, 셋째 안은 주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를 유지하되 지자체장의 인사·감사·조직·예산 편성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모든 안이 강 단체장 형에서 강 의회형으로 지향하는 모습이다. 직선제가 간선제로, 갑과 을의 위치가 뒤바뀌는 형상이다. 행안부는 주민투표를 통하여 지자체가 원하는 선출방식을 택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2026년 민선 9기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을 간선제로 변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추측건대 지역민의 대표로 구성된 지방의회가 단체장 선출에 간여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근접하는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하겠지만 이는 지방자치의 한 측면만 보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지방의 일꾼을 직접 선출하여 지역을 위해 봉사케 하는 민주주의의 첫 출발이다.

단체장 주민직선제는 임기 동안 신분이 보장되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지만 행정의 독선, 의회와의 갈등 유발 등 문제가 없지 않았지만 그간 오랜 지방자치 경험과 학습으로 문제점들이 해소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체장 간선제는 문제가 없을까. 부활 지방의회 31년이 되었지만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금도 지역에 따라 지방의회가 지방의 유력자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지방의원이 정치화되고 있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선출하는 간선제가 가능할 것이지 짚어봐야 한다.

간선제는 의회와 집행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책임정치와 책임행정의 구현, 의회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행정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행기관에 정치적·정당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지방행정의 안정성·중립성·전문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주민 통제와 민의 반영이 약화되고 단체장이 정치적·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출될 우려가 있어 행정능력을 갖춘 적임자의 선출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시급한 문제도 아닌데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장 간선제를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방자치법 제4조의 특례규정은 강제규정이 아니다. 꼭 해야 한다면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시행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직도 중앙정부가 법 규정을 앞세워 지방정부를 통제하려 든다면 지방자치 발전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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