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최일선으로 내몰린 학교
방역의 최일선으로 내몰린 학교
  • 승인 2022.02.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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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 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3월 각 급 학교의 신학기 개학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오미크론 확진자는 하루 17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연일 폭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부의 방역·학사 운영방안에 의해 본연의 학사운영 업무와 더불어 방역업무까지 떠안게 된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일 교육부는 확진자 발생 시 학교별 자체 조사로 밀접접촉자를 검사, 관리하고 신속항원검사 도구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개학과 더불어 기존의 정상 등교 방침을 고수하면서, 교내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학교 단위 일괄 원격수업 전환은 학교별로 기준을 사전에 정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하면서, 수업방식을 원격수업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전교생 내 확진자 비율 3%, 등교중단 학생 비율 15%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감염이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의 예측과 더불어 확진자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증하기 시작하자, 교육부는 지난 21일 다시 학교가 감염 상황을 고려해 학사 운영 방식을 학교 단위별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새 학기 학사운영 지침을 변경하였다. 기존 정상등교 원칙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학사운영 지침의 변경과 함께 학교 자율권 강화라는 미명 하에 방역업무를 떠맡게 된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학사운영과 방역에 관한 모든 것을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그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의 방침 변경에 대해 즉각 원격수업 전환 기준과 지침을 명확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즉 학생과 교직원 건강 보호를 위해서는 방역 기준과 전문적 판단이 필요함에도 학교 자율로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 행정일 뿐이라며 학교별로 판단이 달라져 원격수업 유형 등이 차이날 경우 학부모들의 민원과 비난은 전부 학교와 교원의 몫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이라는 미명하의 그 책임을 학교현장에 전가할 것이 아니라 원격수업 전환과 관련한 과학적이고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즉시 마련해 학교에 안내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또한 방역업무에 있어서도 지난 2년 동안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이 자가진단 앱을 통한 건강 체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교사가 매일 독촉하거나 조례시간을 이용해 하도록 하는 것이 많은 일선학교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추가하여 항원검사를 위한 키트 배부, 사용 안내, 검사 독려 및 확인, 결과 집계와 보고 업무는 물론 제대로 검사를 못하거나 학교에 와서 하겠다는 학생 등에 대한 대응, 검사, 민원 처리까지 모두 학교가 담당하게 하는 조치는 학교를 방역 기관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7일 발표한 방안에서도 학사운영 방법은 학교장이 자율로 선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새 학기 적응주간이 끝나는 3월 11일 이후에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전면 원격수업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또한 방역 체계가 학교별 자체 조사로 전환됨에 따른 일선 학교의 반발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그 동안 교육부의 행태를 볼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학교가 과연 얼마나 될 지 매우 궁금하다.
비록 교육부가 전면 온라인 수업 지침을 바꾼 것이 공교롭게도 새 학기 시작과 오미크론 대확산 시기가 겹치면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학교에 방역 책임을 떠넘긴 조치는 재고해야 한다. 자칫 코로나 정국에 수업보다 방역에 치중하다 학교 본연의 업무인 학사업무가 뒤편으로 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 방역 방침은 학교 자체방역 체계 도입과 학교별 등교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핵심이지만, 전문 방역 기관이 아닌 학교가 방역을 담당하게 되면서 나타날 문제점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즉 감염병 관련 전문성이 없는 교사들이 역학조사를 직접 하게 될 경우 학교 내 감염 발생 시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학교별로 서로 다른 기준으로 등교 여부를 결정할 경우 그동안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자녀들의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인해 심한 눈치 보기가 만연해질 것이고, 등교 여부 판단이 임의적이고 제각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간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는 전염병 감염에 있어 가장 취약한 다중이용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오늘날 교사와 학생들 간의 관계도 과거처럼 교사의 지시에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신속항원키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학교방역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교육부의 태도는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불확실한 위기일수록 교육에 관한 한 최고 책무를 가진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자율성이란 미명하에 그 책임을 학교 현장에 전가할 것이 아니라 분명한 지침을 마련하여 학교 현장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도록 하고, 질병당국과 지자체가 학교 방역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방역의 책임을 학교 현장에 떠넘기고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부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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