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어진 삼경
동구 밖, 퇴락한 사당
중천에 걸린 보름달
새하얗게 내려앉은 하늘은
오히려 얼음보다 차갑다
펄럭이는 촛불 사이
수백 년 모진 풍우와 싸우며
처절하게 기다린 세월
허기진 장군님 위패가
무섭도록 서럽다
잔 올리는 야윈 손
파르르 떨리니
차라리 애처롭다
흠향하소서
평강을 주소서
◇최재운= 1951년 경북 경산 자인産. 제10회 공무원문예대전 수필부문 입상
<해설> 동제(洞祭)는 마을 단위에서 매년 신께 드리는 마을 제사이다.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시간에 정성을 다하여 지내는 제사. 제주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데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풍습이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는 큰 행사 중의 하나이다. 이 시간에는 마을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기도 한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