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AI 시대의 휴먼터치 마케팅
[박명호 경영칼럼] AI 시대의 휴먼터치 마케팅
  • 승인 2022.02.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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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편파 판정과 약물로 얼룩진 베이징 2022 동계 올림픽이 지난 20일 폐막했다. 외교적 보이콧에 이어 도덕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경기운영으로 올림픽 정신을 크게 훼손시킨 것으로 평가됐다. ‘살다 살다 이런 올림픽은 처음’이라든가 ‘최악의 사기 올림픽’, ‘눈뜨고 코베이징’ 등 대회 운영 방식을 질타하는 지적들이 폭발했다.

편파 판정과 오심 논란을 해소하고 경기 결과를 공정하게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심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AI를 잘 활용하면 경기 결과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적인 판단은 역시 사람의 몫이다. AI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오히려 더 큰 시비와 문제를 야기한다. 소위 AI의 편향성 우려다.

AI는 이제 스포츠는 물론이고 심지어 예술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인간의 창의성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 패션위크에서 LG가 선보인 AI 아티스트 ‘틸다(Tilda)’는 박윤희와 협업해 제작한 패턴과 의상을 제공해 화제가 되었다. 캘리포니아대 음악학 교수인 데이비드 코프는 ‘에미(EMI, Experiments in Musical Intelligence)’라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바흐, 베토벤, 쇼팽이 작곡했을 법한 교향곡들을 만들어냈다.

AI와 종교의 만남도 진행 중이다. 중국 용천사(龍泉寺)의 ‘센얼(賢二)’ 로봇 스님을 필두로, 일본에는 ‘민다르(Mindar)’, 그리고 태국에서는 ‘프라 마하(Phra Maha)’라는 AI 스님이 등장했다. 독일에서는 ‘Bless U-2’라는 깡통 모양의 로봇 성직자가 1만 명의 신도들에게 성경구절을 설교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SW)와 AI 관련 역량이 미래세대의 핵심역량이라고 한다. 초·중등교육에서부터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계발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세대의 SW와 AI 격차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며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한다. AI를 활용하는 능력에 따라 사람, 기업, 국가 간 격차가 뚜렷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의 서문에서 AI의 급부상으로 남·북한 사이의 문화적 격차가 벌어지면 통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AI는 한국인의 문화와 심리까지 바꿔놓을 것이고 북한 사람들이 비슷한 혁명을 겪지 않을 경우 두 집단 사이의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젠 2016년 이세돌 9단을 완벽에 가까운 패배로 이끈 바둑 AI 알파고보다 수천 배 진화한 초거대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초거대 AI 기술의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구글과 MS,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이어서 국내 대기업들도 초거대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LG의 엑사원(EXAONE),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의 코지피티(KoGPT) 등이 출현했고, 통신업과 금융업계에도 AI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개발 중이다.

그러나 AI 프로젝트로 실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은 여전히 극소수다. 한동대 정두희 교수는 “AI 혁신은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는 혁신이지만, 최종적 성과는 사용자의 경험적 가치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AI 제품이나 서비스는 고객에게 새로운 만족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습관과 문화가 바뀔 정도가 되어야만 비로소 성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는 『마켓4.0』에서 하이테크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인 하이터치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술과 기능이 아니라 인간미와 인간적 편의가 중심인 ‘휴먼터치(human touch)’가 AI 마케팅의 핵심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분야의 종사자들은 컴퓨터 바깥의 세상을 ‘IRL(In Real Life, 현실 세계에서)’ 이라고 부른다. 아날로그 세상에는 디지털 라이프가 결코 줄 수 없는 ‘IRL’의 즐거움이 있다. 따라서 휴먼로봇을 비롯한 모든 AI는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 기쁨을 누리도록 인간적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도 주의해야 한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森政弘)가 주장한 이 개념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사물이 자신과 비슷할수록 친화와 호감을 갖지만, 그것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정도에 도달하면 오히려 거부감과 혐오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역사적 분기점인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께 도래할 것으로 예언했다. AI가 스스로 AI를 만들고 사람의 뇌를 컴퓨터상에 재현할 수 있게 되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자못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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