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허경영보다 수준 낮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생활법률] 허경영보다 수준 낮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승인 2022.03.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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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중앙선관위가 진행한 군소후보토론회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진행되었다. 허경영 후보는 "여야후보도 밤 1시에 했나. 우리도 기탁금 3억원 똑같이 냈다. 내가 심상정보다 지지율이 높은데 왜 나는 초청 배제되었나, 지휘봉은 연설 관련 물품인데 왜 반입 금지하느냐"라고 항의하였고, 조원진 후보는 "밤 11시에 하는 건 그야말로 비정상이고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면서 불참하였다.

초청토론회 대상, 시간은 공직선거법에 자세히 나와 있다. '5인 이상의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 후보자, 국회의원선거에서 3/100 득표를 한 정당 후보자,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100 이상인 후보자'가 초청대상이다. 정의당은 직전 국회의원선거에서 3/100 이상의 득표를 하였으므로 지지율이 5/100에 미달하여도 심상정은 초청되었다. 허경영은 소속 국가혁명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3/100 득표에 미달하였고, 개인 평균 지지율도 5/100에 미달하여 초청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허경영의 평균 지지율이 심상정보다 높다고 가정하여도 선관위의 조치는 정당하다.

밤 11시 토론회는 문제가 있다. 법 제82조의 2 제10항에는 초청토론회는 오후 8시부터 당일 오후 11시까지의 사이에 중계방송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제7항에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때에는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방송토론 및 연설은 선거운동의 일환이고, 선거운동은 자신 또는 상대방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며, 방송토론은 방송을 통하여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현재의 지지율을 고착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모든 후보자에게 기계적으로 동일한 기회를 주게 되면 수십명의 후보자가 동시에 토론에 참가함으로 인한 유력후보자의 장단점을 정확히 평가할 기회가 어렵게 될 수 있고 이에 부득이하게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초청토론회 대상을 제한하였지만 초청 대상 후보자가 아니라도 부득이한 제한 이외에는 가급적 기계적인 평등을 유지하여야 한다. 초청대상 토론회는 법이 3회 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나 군소후보 토론회는 그 인원수로 인하여 3회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방송사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밤 11시 토론회는 토론을 통한 지지율 상승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밤 8시 토론회에 비하여 명백한 차별대우다. 법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송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시간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적어도 1회에 한하여 군소후보들에게도 밤 8시 토론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충분히 가능하다. 5년 만에 개최되는 토론회에서 밤 8시에 1회만이라도 개최하기 곤란할 정도의 긴급한 사정은 전혀 없다. 밤 11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결국 중앙선관위가 '당신들은 당선 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지지율 변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밤 11시에 해주는 것도 감지덕지 해라, 당신들 군소후보들끼리는 평등하게 해주겠다. 끼리끼리 밤 11시에 하는데 무슨 불만이 있느냐, 당신들끼리는 평등하지 않느냐'는 생각인 듯하다. 과거 미국이 백인과 흑인 사이에 구별되는 전용 버스, 학교, 식당, 화장실을 운영하는 것에 대하여 흑백분리하되 분리된 시설에서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었으므로 합헌이라는 취지의 1950년대 연방대법원판결인 '분리하되 평등(seperate, but equal)'의 수준보다 못한 것이 현 중앙선관위의 수준인 듯하다. 분리한 후 불평등하게 대우하였음이 너무나 명백하다.

한편 허경영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 하사품이라고 주장하는 지휘봉을 토론회에 반입하려고 하자 선관위가 제지하였다. 허경영은 '박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 장래 지도자로 자신을 점찍고 지휘봉을 하사하였다'는 연설 요지와 관련하여 해당 물품을 토론에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 이재명의 '녹취록 임의 요약판', 안철수의 '평등과 형평을 설명하기 위한 야구장 그림판'에 대하여 선관위가 제재를 시도하였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허경영이 군소후보라는 이유로 얕보고 연설 요지 관련 물품에 대하여 선거법 규정을 무시한 엉터리 제재를 시도한 것이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장은 노정희 대법관이다. 현직 대법관인 중앙선관위원장의 평등과 형평에 관한 인식이 '분리하되 평등'이라는 폐기된 판례보다 못한 듯 보인다. 물론 노정희 직전의 중앙선관위원장이 권순일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중앙선관위의 수준이 어떤지는 국민들이 잘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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